블록체인 기술이 일상으로 파고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블록체인은 더 이상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기상화폐)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계약서 작성, 보험금 자동 지급은 물론 해외 구매대행 서비스에까지 침투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전면에 내세운 금융권과 산업계가 손을 잡으면서 블록체인 대중화에 속도가 붙는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최근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대거 특허출원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 상품 구매대행 서비스’ ‘차용증 발급’ ‘주택전세자금 대출 시스템’ 등 46건에 달한다. 단순히 은행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걸 넘어 외부 사업과 ‘융합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업종과 은행 시스템을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이 주목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스마트 계약’이다. 그동안 해외 상품 구매대행을 원하는 소비자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상품을 대신 구입해 줄 업체나 해외 방문자를 직접 찾아야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기반 플랫폼을 통하면 이런 번거로움이 크게 줄어든다. 소비자와 구매 대행자가 제시한 조건(물품, 가격 등)이 맞으면 자동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사기 피해 가능성도 대폭 감소한다. 물품 거래가 무사히 끝난 뒤 은행을 통해 대금을 자동 정산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계약은 부동산 계약을 비롯해 개인 간 금전 대여, 투자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 금융권이 스마트 계약을 연결고리로 은행 업무와 융합을 꾀하는 이유다.
보험업계도 블록체인 도입에 잰걸음을 낸다. 교보생명은 2017년 말부터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을 시범 운영해 왔다. 100만원 미만 소액 보험금의 경우 고객이 따로 보험사에 청구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서비스다. 앞으로는 고객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 여러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현재 제휴 병원들과 협업을 통해 시스템을 고도화시키는 단계”라며 “일반 고객 대상으로 확대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과 산업계의 ‘이종 결합’도 이어진다. KB금융그룹은 최근 LG그룹과 손잡고 블록체인 기술 등에 대한 공동사업 모델을 연구 중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있는 연구단지 ‘LG사이언스파크’에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 인프라 등을 구축하고 향후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블록체인의 완전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의 승인, 관련 규제 정비라는 절차가 불가피하다. 시스템을 처음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부담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이디어 도출부터 특허 출원, 시스템 구축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며 “그렇지만 후발 주자로 따라가기보다 선발 주자로 나서 흐름을 주도해 보자는 분위기가 금융권 전반에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일상으로 파고드는 블록체인, 계약서 작성, 보험급 지급에 해외 구매대행까지
입력 2019-02-1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