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말 골수검사 중 마취진정제 과다 투여로 사망한 재윤이(당시 6세) 어머니 허희정씨는 최근 재윤이 사망사건을 분석해 재발대책을 담은 ‘환자안전 주의경보’를 확인했다. 앞서 지난해 6월 병원이 재윤이 사건을 환자안전사고로 보고하지 않은 것을 뒤늦게 알고 허씨가 직접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에 보고해 얻은 결과다.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의료기관에 보고의무를 부과하자는 목소리가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하 인증원)은 최근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에 11번째 환자안전 주의경보를 발령했다. 환자안전 주의경보는 인증원에 보고된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를 분석해 재발대책을 담은 것으로 비슷한 의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 의료기관에 안내되는 자료다.
원칙적으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이 인증원에 자율 보고해야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탓에 여전히 보고가 미흡한 상황이다. 앞선 재윤이 사건과 같이 환자들이 직접 보고해야만 재발대책이 나오는 실정인 것이다. 실제로 2017년 환자안전법 시행이후 지난해 2월까지 보고된 환자안전사고를 분석한 결과 낙상(46.8%). 약물오류(28.1%) 등 경미한 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행히 환자안전사고 보고건수는 2016년 563건에서 지난해 9250건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 2년간 총 1만4484건 보고됐다. 하지만 월 평균 10만건 이상 보고되는 영국 등 선진국가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환자안전사고 보고 시스템의 핵심은 또 다른 사고를 예방하는 것인데 지금은 의료기관이 사망사건을 보고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의료기관이 보고한 내용으로 불이익을 당하면 안 되지만,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중대한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기관의 보고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경남 양산 산부인과 의료사고’에 관한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의료기관에) 환자 안전사고 보고의무가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을 알고 있다”며 "만약 이 법(의료기관의 보고를 의무화하는 환자안전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보다 중한 환자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고가 되고 의료기관에 공유됨으로써 안전을 좀 더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 의료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병원은 생존율 10%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리스크가 큰 장소다. 때문에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여부를 따지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의무화하더라도 실효성 있는 법안이 될 것인지는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염호기 대한환자안전학회장도 “보고 의무화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답을 내놨다. 염 회장은 “보고를 잘하는 의료기관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자율적인 보고 시스템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적어도 1~2년은 자율보고 시스템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에서 일어난 사고 중 일반인들이 들으면 충격적인 사고들을 투명하게 드러내서 문제점을 찾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보고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다시 쉬쉬하는 분위기로 돌아갈까 우려 된다”고 말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보고 “의무화 필요”… “실효없다”
입력 2019-02-17 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