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파업 지지 못하면 편협한 생각?

입력 2019-02-13 19:59 수정 2019-02-13 23:54

서울시내 고등학교에 배포되는 지도서에 “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하지 못하는 편협한 생각이 문제”라는 문구가 담겨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청은 “다양한 가치관 중 하나를 소개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지도자료’를 개발해 관내 고등학교에 배포한다고 13일 밝혔다. 지도자료는 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교육청이 직접 교육과정과 연계된 노동인권 지도서를 개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도서는 일반고·특성화고용 2종으로 만들어졌으며 각각 24개의 주제를 다룬다. 교사가 현장에서 각 단원을 자율·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자료는 학생들이 직접 노사협상을 해보거나 실제 갈등 사례를 놓고 토론하게 하는 등 실용적 측면을 강조했다.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같은 노동 현안을 비중 있게 다뤘다. 청소년 아르바이트 규제와 현장실습 권리협약 등 학생들에게 친숙한 주제도 포함됐다.

다만 일부 단원에는 어느 한쪽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업이 가져온 변화’ 단원은 학습자료를 통해 2011년 대학 청소 노동자 파업 사례를 소개했다. 전국사회교사모임이 발간한 ‘사회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사회질문사전’을 인용한 이 자료는 “대학생들은 청소 노동자를 비난하지 않았다. 문제의 원인이 청소 노동자들에게 법이 정한 만큼의 대우를 해주지 않은 대학에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며 “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하지 못하는 편협한 생각이 문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협상의 기술을 발휘하라’ 단원은 차남호씨의 저서 ‘10대와 통하는 노동인권 이야기’를 인용해 쟁의행위 적법 요건을 설명하면서 “우리나라는 파업 한 번 하기가 이렇게 어렵다”고도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런 입장도 있다는 걸 소개하는 것이지 이것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건 아니다”라며 “학생들이 토론을 하면서 옳고 그름을 스스로 따져보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내년까지 중학교·초등학교용 노동인권 지도자료도 순차적으로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