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4번 고객님,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A-26번 고객님, 주문하신 자바칩 프라푸치노 나왔습니다”….
평일 점심에 방문한 서울 여의도 소재의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가자 직원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내부는 손님들로 가득 찼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3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200여명의 주문이 쏟아졌고, 바 내부에선 커피 만들고 고객을 호명하느라 직원들이 정신없이 움직였다. 직원이 고객을 호명하면 한 번에 음료를 찾아가는 손님도 있었지만 여러 번의 외침이 계속되는 때도 있었다.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건강권이 침해받는 노동자를 쉽게 볼 수 있는 곳 중 한 곳이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이다. 지난해 말 스타벅스를 퇴사한 A씨는 “고객을 호명해 음료를 전달하는 시스템에 직원들 목에 무리가 온다”며 “고객과의 소통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소통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밝은 표정을 유지하기 너무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고객이 음료를 안 찾아가면 계속 외쳐야 하기 때문에 감기라도 걸리면 고통이 심했다”고 전했다. 현재 스타벅스에 근무 중인 B씨도 “2시간 연달아 고객을 부르기만 해서 이대로 성대결절이 오는 건 아닌가 싶은 날도 많았다”며 “한가한 매장이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매장도 많다”고 말했다
직원이 음료등을 주문한 고객을 직접 호명해서 전달하는 방식의 ‘콜링 시스템’은 스타벅스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다. 이와 관련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에는 스타벅스에 진동벨 도입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지난 2011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스타벅스는 아날로그적인 감정, 사람과 사이의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아 전 세계 어디서도 (진동벨이) 도입되지 않았다”고 밝힌 이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스타벅스 사회공헌팀 관계자는 “이름을 불러 음료를 제공하는 것이 스타벅스의 경영철학”이라며 “직원들의 노동 강도를 낮추고 만족하게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목에 통증이 있거나, 감기·인후염 등의 질환이 있는 근로자에게 콜링 시스템은 목 건강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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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철학이 뭐길래… 스타벅스, 진동벨 안쓰고 고객 호명
입력 2019-02-17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