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치료 ‘브라키테라피’ 가능 병원 어디 없습니까

입력 2019-02-17 17:27

방사선 치료 중 하나인 ‘브라키테라피(brachytherapy, 근접치료)’가 중기 자궁경부암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높은 유지비용 대비 턱없는 치료 수가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사선 치료는 크게 ‘외부조사방사선치료’와 ‘브라키테라피’로 나뉜다. 국내에서 주로 시행되는 외부조사방사선치료의 경우 방사선이 암에 도달하기까지 그 길목에 있는 정상 조직도 영향을 미친다는 단점이 있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자궁 주변에 소장과 대장이 있기 때문에 심하게는 장 천공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브라키테라피는 치료할 암에 직접 기구나 바늘을 삽입하고, 그 내강(內腔)에 원하는 시간만큼 동위원소를 거치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변 정상조직에 전달되는 불필요한 방사선량이 기존 치료 대비 매우 낮다.

국립암센터가 2008년부터 2013년 사이에 MRI 기반 3차원 브라키테라피로 치료받은 12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의 5년 국소제어율은 94%, 생존율은 89%로 높았다.

문제는 이 치료법이 의료진 업무량 및 사고 위험도 대비 치료 수가가 낮아 일부 지역에는 이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는 것이다. 2016년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부인암분과에서 전국 브라키테라피 시행병원을 조사한 결과, 1997년 방사선종양학과가 있는 42개 병원 중 30개 병원에서 이를 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에는 방사선종양학과가 있는 병원이 86개로 늘어난 반면, 이를 할 수 있는 병원은 28곳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조사 당시 충북, 충남, 제주도에는 시행 가능한 병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연주(사진)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는 “2014년 기준이지만 현실적으로 브라키테라피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행 가능한 병원 수가 더 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를 하려면 의사, 의학물리학자, 방사선사, 간호사 등 최소 4명의 의료 인력이 필요하고, 기존 치료 대비 소요 시간은 세배 이상 더 걸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자궁경부암은 치료 때마다 기구를 자궁강내와 질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출혈, 감염의 위험이 있다”며 “동위원소 직접 취급과 관련된 사고 위험도 있어 관리가 엄격하게 이뤄지는데, 치료 수가는 외부조사방사선치료 대비 4분의 1수준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궁경부암에서 브라키테라피는 절대 생략될 수 없는 핵심적인 치료이다. 하지만 지역불균형이 있다 보니 안내를 하더라도 환자 자의로 한참을 쉬었다가 받으러 가거나, 아예 받으러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이렇게 쉬었다가 치료를 받으면 효과는 매우 떨어진다. 환자들의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