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강남의 토지세 오르면, 임대료 상승으로 세입자 퇴출 우려

입력 2019-02-13 04:02
국토교통부가 12일 발표한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서울 중구 충무로1가 24-2 네이처리퍼블릭(169.3㎡)의 ㎡ 당 공시지가는 지난해 9130만원의 배 이상 뛴 1억8300만원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네이처 리퍼블릭 모습. 최현규 기자

정부가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를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핀셋 인상’으로 고가 토지가 집중된 도심지역 조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시지가 상승이 부동산 시장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최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발표 및 3기 신도시 개발 등으로 연내 토지보상비 22조원이 시장에 풀릴 예정인 데다 정부 규제가 일단 주택시장 수요 억제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는 주거용 부동산의 수요억제 정책과 달리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률 제고를 위해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규제완화책을 병행하고 있다”며 “토지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상가와 오피스 등 상업용·업무용 부동산 시장에는 직접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시세와 격차가 크거나 최근 급등한 토지가 몰려 있는 서울 명동이나 강남, 상수, 합정 등 번화 상권의 공시지가가 현실화되면서 필연적으로 이들 지역의 조세 부담도 크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서울 중구 충무로1가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의 경우 공시지가는 지난해 154억5709만원에서 올해 309억8190만원으로 2배 넘게 올랐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이로 인한 재산세와 종부세 등 토지세는 약 50% 증가(8139만원→1억2209만원)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상위권의 다른 고가 토지들도 보유세가 세부담 증가 상한인 1.5배에 가깝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세금 증가분은 세입자에게 일부 전가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함 랩장은 “임대료가 상승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인이나 업종은 퇴출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익형 부동산은 보유세 감안 실질 수익률이 하락하는 데다 경기침체까지 겹쳐 전반적으로 수요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내수경기 침체로 공실이 늘고 있어 세입자에 대한 조세 전가는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하곤 쉽지 않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부동산에 자산이 편중된 고령층의 경우 과세 부담으로 인한 부동산 매각 등 자산 변동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시지가 현실화는 세 부담 및 복지 수급과 다양하게 연계된다”며 “퇴로를 열어준다는 차원에서 거래세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정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