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5·18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일으킨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공식 사과하고 윤리위 처분을 요청했지만 논란이 불거진 지 나흘 만의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세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관련 입법 공조에도 나서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논란이 됐던 지난 8일 5·18 공청회와 관련해 “발표된 내용이 일반적 역사 해석에서 있을 수 있는 견해의 차이 수준을 넘어 이미 입증된 사실에 대한 허위 주장임이 명백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민주화운동으로서 5·18의 성격을 폄훼하는 것”이라며 “신념에 앞서 객관적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보수 가치에 반하는 일”이라고 잘못을 시인했다. 앞서 이 의원 등은 5·18 공청회에 참석해 “광주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됐다”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김 위원장은 해당 발언과 관련해 “보수를 넘어 국민을 욕보이는 행위를 했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5·18 유가족과 광주시민들께 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해당 발언들은 당 강령에 제1사명으로 명시한 헌법적 가치와 법치주의 존중 정신에도 위배된다. 윤리위에서 이 문제를 엄중히 다뤄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당규에 따르면 현행 법령과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해 민심을 이탈케 하거나 당의 위신을 훼손했을 때 윤리위가 제명과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윤리위는 13일 오전 전체회의를 연다. 당 일각에서는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현역 의원을 제명하려면 윤리위 의결 후에도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저 역시 막지 못한 책임이 큰 만큼 윤리위가 제 관리·감독 책임도 엄중히 따져 달라”고 덧붙였다. 다만 여야 4당이 추진하는 이들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특위 제소 문제에 대해서는 “(방미 중인) 나경원 원내대표가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정작 논란을 일으킨 의원들은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의원은 “북한군 개입 여부에 대한 승복력 있는 검증이 이뤄지면 징계, 제명이 아닌 저 스스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도 광주를 방문해 “5·18 유공자 명단 공개는 피해자를 위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 판례 등에서 이미 5·18 유공자 명단 공개가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점을 고려하면 이들 의원이 애초 불가능한 일을 방패 삼아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당에서는 오히려 전날 청와대가 한국당이 추천한 5·18 진상조사위원 2명의 임명을 거부한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태흠 의원은 “청와대가 야당 의원 발언 논란을 틈타 기회주의적 행태를 일삼았다”고 지적했고, 이양수 원내대변인도 “청와대의 독선적 인사권 전횡”이라고 비판했다.
이종선 신재희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
5·18 역풍에 뒤늦게 꼬리 내린 한국당… 폄훼 3人 ‘꼬리 자르기’
입력 2019-02-1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