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사 순위표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지난해 3조원 넘는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며 KB금융그룹에 내줬던 1위 자리를 1년 만에 되찾았다. KB금융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영업력 강화로 반격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5년 만에 부활한 우리금융그룹과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둔 하나금융그룹도 M&A를 무기로 ‘리딩 금융지주’ 자리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에 따라 올해 금융권의 M&A 시장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잇따라 매물로 나온 증권·보험·카드사 등은 ‘M&A 각축전’을 가열시키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3조15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12일 공시했다. 2017년 순이익(2조9177억원) 대비 8.2% 늘었다. 2011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3조원 클럽’에 가입함과 동시에 1년 전 KB금융에 내줬던 리딩 금융지주 지위도 탈환했다.
공격 경영으로 기반을 넓혀온 KB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689억원에 머물렀다. 희망퇴직 비용(2860억원), 특별보로금(1850억원)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며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 분기 대비 79.0%나 감소한 탓이 컸다. 여기에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유가증권 손실 등이 더해지며 1위 수성에 실패했다. 올해 1분기부터 신한금융의 성적표에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실적이 반영되면 두 금융지주의 순위 경쟁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더 뜨거운 것은 ‘3위 다툼’이다. 13일 코스피시장에 상장하는 우리금융과 3위 자리를 지키려는 하나금융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다. 지난해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2조2402억원으로 우리은행(2조192억원)을 앞섰다. 우리은행은 ‘2조원 클럽’ 재입성에 성공했지만, 하나금융도 2005년 12월 지주사 설립 이후 연간 최고 실적을 거뒀다.
이제 금융지주사의 시선은 ‘비은행 M&A’로 쏠려 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은 예대율(예금 잔고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 등으로 수익 정체가 불가피하다.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이익 개선효과를 누리려면 비은행 계열사 확대가 효과적이다. 롯데캐피탈 인수전에 뛰어든 KB금융은 지난 8일 콘퍼런스콜에서 생명보험사 등에 대한 인수 의지도 드러냈다. 하나금융은 롯데카드를 놓고 한화그룹과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자산운용사를 시작으로 증권·보험사 등을 속속 사들여 지주사 포트폴리오를 갖출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M&A 결과에 따라 금융지주사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금융권 순위 경쟁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는 2.31% 포인트로 5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나타난 국내 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이자수익은 29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난해 총 이자수익은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손쉬운 ‘이자 장사’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이자 장사’로 돈 번 은행권, 순위표 지각변동…신한·KB·하나 순
입력 2019-02-1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