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형 가전 업체 발뮤다는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기청정기 신제품 ‘더 퓨어’를 13일부터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선 출시 미정인데 한국을 첫 번째 출시 국가로 삼았다.
데라오 겐 발뮤다 사장은 “공기청정기는 한국이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며 “공기청정기뿐만 아니라 발뮤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한국에서 먼저 출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한국이 일본보다 10배 많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영국 가전 업체 다이슨은 ‘라이트사이클 테스크 조명’을 공개했다. 사용자가 사는 지역의 자연광을 분석해 최적의 밝기와 색온도를 조절하는 게 특징이다. 다이슨은 이 제품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소형 가전 업체들이 앞선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수십만원짜리 헤어드라이어, 선풍기, 토스터기 등도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가격이 비싸도 마음에 들면 아끼지 않고 산다는 ‘가심비’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반면 국내 업체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중소·중견 기업은 이들과 맞서기에 역량이 부족하고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은 “중소기업 시장을 넘본다”는 여론을 의식해 진입을 꺼린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삼성과 LG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소형 가전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TV, 냉장고 등 대형 가전과 휴대전화 등에 집중하면서 소형 가전 사업은 접었다.
현재 국내 소형 가전 업체는 신일, 한일, 유닉스 등이 있다. 하지만 저렴한 보급형 중심의 제품을 내놓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해외 업체보다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 보니 비싼 프리미엄 제품은 엄두를 못 내는 게 현실이다. 특히 해외 업체들은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없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시장을 개척해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이슨이 무선청소기로 대박을 친 게 대표적인 경우다. 그나마 청소기는 삼성과 LG가 하는 분야라 추격할 수 있었지만 선풍기, 헤어드라이어 등 국내 중소기업 제품만 있는 시장에 해외 프리미엄 제품이 진입하면 속수무책이다.
한 가전 유통업체 관계자는 “다이슨 등 해외 업체들은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면서 “국내 중소·중견 업체들은 그들에 비교해 투자할 자금도, 구축한 브랜드 파워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외국 소형 가전은 잘나가는데… 국내 업체는 왜 밀리나
입력 2019-02-1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