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 무관한 24년 후배 판사, 梁의 운명 결정한다

입력 2019-02-13 04:03
피고인이 된 전직 사법부 수장에 대해 첫 법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무거운 과제는 박남천(52·사법연수원 26기·사진) 부장판사에게 맡겨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운명이 24년 후배 법관 손에 달린 셈이다.

서울중앙지법은 12일 박 부장판사가 있는 형사합의35부에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배당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형사수석부장판사와 형사합의부 재판장의 협의를 거쳐 일부 재판부를 제외한 뒤 무작위 전산배당을 거쳤다”고 전했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같은 재판부에 넘겨졌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추가 기소 건도 이곳에 배당됐다.

박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에 근무한 적이 없다. 지난해 11월 법원이 사법농단 관련 재판에 대비해 형사합의부 3곳을 신설하면서 박 부장판사를 보임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전남 해남 출신인 그는 서울 중경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광주지법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해 의정부지법, 서울북부지법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했다. 신설 재판부에 오기 전까지 민사31단독을 맡았다.

박 부장판사는 직전 근무지인 서울북부지법에서 ‘수락산 등산객 살인사건’을 맡아 범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18년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노원구 가정주부 살인사건’의 진범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서는 원심을 깨고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에서는 시민들이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물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심리했다. 이 사건은 형사재판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임 전 차장의 추가 기소 건이 양 전 대법원장 등과 같은 재판부에 배당되면서 박 부장판사는 앞서 기소된 임 전 차장 사건을 함께 심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은 이르면 다음 달 초쯤 공판준비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은 다음 주까지 사무분담을 마치고 정기인사에 따라 25일자로 인사를 시행한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이 300여쪽인 만큼 공판준비기일 지정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의 구속기간 만료일은 8월 11일 0시다. 이때까지 심리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도 1주일에 여러 차례 재판을 진행하는 집중 심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