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스스로 전 수장 심판 상황… 재판부 배당부터 고민거리

입력 2019-02-12 04:01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장인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전직 사법부 수장을 스스로 심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40여년간 엘리트 법관으로 생활하며 사법부 수장까지 오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검찰의 법정 공방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 자체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많고 사안에 관련된 사람이 많아서다. 그의 범죄 혐의는 모두 47개다. 18개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은 첫 재판부터 선고까지 약 11개월이 걸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11일 “개별 혐의가 40개가 넘는 데다 증거 다툼을 하면 법정에 불러야 하는 증인이 엄청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1주일에 여러 번 재판을 연다 해도 빨리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강행할 경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처럼 변호인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임 전 차장의 변호인들은 주4회 재판 강행에 반발하며 지난달 29일 전원 사임했다. 이날 임 전 차장은 판사 출신 후배인 이병세(56·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를 추가 선임했다. 사실상 공전 상태였던 임 전 차장 재판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 진행과 사법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양 전 대법원장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들고나올지도 관심사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줄곧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와 달리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항변하며 구속 등으로 불리해진 상황을 반전시킬지 주목된다. 그가 보석 신청을 통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이 어느 재판부에 배당될지도 관건이다. 배당 문제는 법원의 고민거리다. 공정성 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고 관계를 꼼꼼히 따져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4일 기소된 임 전 차장의 경우 재판부는 다음 날인 15일 결정됐다. 통상의 전산 배당방식 대신 형사수석부장판사와 형사합의부 재판장 간 협의를 거쳐 배당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부도 이르면 12일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심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는 총 16곳으로, 배당 가능성이 높은 재판부는 5곳으로 압축되고 있다. 우선 2곳은 연고 관계로 인해 배제 대상이다. 8곳은 정기인사를 통해 다른 법원으로 가거나 퇴임, 근속 등의 이유로 교체된다. 임 전 차장 재판부인 36부를 제외하면 5곳이 남는다. 이 중 지난해 11월 사법농단 사건에 대비해 신설한 34·35부에 배당될 확률이 크다. 다음 주 중에 마무리될 사무분담이라는 변수가 남아있기는 하다. 하지만 교체될 재판부에 우선 배당해놓고 사무분담을 할 경우 불거질 수 있는 공정성 논란을 의식해서라도 법원이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법원은 사법농단 의혹 관련 법관에 대해 추가 징계를 검토할 예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과 이후 검찰의 (법관) 비위사실 통보를 바탕으로 사유가 확인되면 징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가현 안대용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