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의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전직 사법부 수장을 스스로 심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40여년간 엘리트 법관으로 생활하며 사법부 수장까지 오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검찰의 법정 공방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 자체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많고 사안에 관련된 사람이 많아서다. 그의 범죄 혐의는 모두 47개다. 18개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은 첫 재판부터 선고까지 약 11개월이 걸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11일 “개별 혐의가 40개가 넘는 데다 증거 다툼을 하면 법정에 불러야 하는 증인이 엄청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1주일에 여러 번 재판을 연다 해도 빨리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강행할 경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처럼 변호인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임 전 차장의 변호인들은 주4회 재판 강행에 반발하며 지난달 29일 전원 사임했다. 이날 임 전 차장은 판사 출신 후배인 이병세(56·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를 추가 선임했다. 사실상 공전 상태였던 임 전 차장 재판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 진행과 사법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양 전 대법원장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들고나올지도 관심사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줄곧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와 달리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항변하며 구속 등으로 불리해진 상황을 반전시킬지 주목된다. 그가 보석 신청을 통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이 어느 재판부에 배당될지도 관건이다. 배당 문제는 법원의 고민거리다. 공정성 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고 관계를 꼼꼼히 따져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4일 기소된 임 전 차장의 경우 재판부는 다음 날인 15일 결정됐다. 통상의 전산 배당방식 대신 형사수석부장판사와 형사합의부 재판장 간 협의를 거쳐 배당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부도 이르면 12일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심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는 총 16곳으로, 배당 가능성이 높은 재판부는 5곳으로 압축되고 있다. 우선 2곳은 연고 관계로 인해 배제 대상이다. 8곳은 정기인사를 통해 다른 법원으로 가거나 퇴임, 근속 등의 이유로 교체된다. 임 전 차장 재판부인 36부를 제외하면 5곳이 남는다. 이 중 지난해 11월 사법농단 사건에 대비해 신설한 34·35부에 배당될 확률이 크다. 다음 주 중에 마무리될 사무분담이라는 변수가 남아있기는 하다. 하지만 교체될 재판부에 우선 배당해놓고 사무분담을 할 경우 불거질 수 있는 공정성 논란을 의식해서라도 법원이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법원은 사법농단 의혹 관련 법관에 대해 추가 징계를 검토할 예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과 이후 검찰의 (법관) 비위사실 통보를 바탕으로 사유가 확인되면 징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가현 안대용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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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스스로 전 수장 심판 상황… 재판부 배당부터 고민거리
입력 2019-02-1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