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과 상인이 격하게 충돌했던 노량진 수산시장 구시장의 10일 오전 풍경은 스산했다. 지난 8일과 9일 수협 측이 진입로를 막으려 설치했던 노랑, 검정 줄무늬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은 옆으로 밀려나 있었다. 구조물 사이로 그나마 남은 단골손님이 드나들었다. 옆으로 접근을 막으려 설치한 6m 높이의 철근 구조물이 그물처럼 흉하게 시장을 에워쌌다. 바닥엔 잘게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이 뒹굴었다. ‘여주아구’ 주인 한모(68)씨는 “그저께는 덤프트럭 두 대가 파란색 큰 바구니에 물을 가득 싣고 입구를 막았다. 트럭을 옮기지 못하게 바퀴에 바람도 일부러 뺐다”고 말했다.
수협과 노량진 수산시장 구시장 상인 사이 충돌이 설 연휴 이후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수협 측이 8~9일 시장 차량 출입구를 콘크리트와 대형 트럭 등으로 봉쇄한 뒤 몸싸움이 벌어지고 유리조각이 날아다니면서 수협 측 4명, 상인 측 1명 등 부상자도 발생했다. 대법원 강제집행 판결을 앞세운 수협과 구시장에 남은 상인들의 충돌 사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시장 개설자인 서울시가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길 주문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법적으로 구시장에 남은 상인들이 더이상 버틸 수 있는 근거는 희박하다. 수협 관계자는 “서울시가 (신시장이 완공된) 2016년 3월 도매시장 위치를 구시장 위치인 동작구 노들로 688번지에서 신시장 주소지인 노들로 674로 변경했다”면서 “법적으로 구시장 지역은 이미 시장이라고 불릴 수 없는 주거 3종 지역”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역시 지난해 8월 수협이 신시장 이전을 거부하는 상인 약 180명을 대상으로 건 소송에서 수협의 손을 들어줬다.
신시장 완공 뒤 시민단체들은 임대인 신분인 상인들의 생존권 등을 이유로 시장 개설자인 서울시가 적극 개입하도록 촉구해 왔다. 서울시도 2016년 이후 최소 다섯 차례 갈등조정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중재를 시도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보다 적극적인 개입은 어렵다는 게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시장 개설자로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상 시설물 관리나 거래질서 유지, 유통 지도감독 등을 해야 하지만 이 권한이 어느 선까지인지가 분명치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과 현실 사이 괴리를 해소해 달라고 과거 중앙정부에도 요청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은 “구시장 상인들이 신시장 입주를 꺼려하는 요인인 관리비용 정보공개, 정산과정, 임대료 책정과정은 가락농수산물시장처럼 조례를 만들어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사항들”이라면서 “서울시가 이 부분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여러 쟁점을 효과적으로 풀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최지웅 기자 promene@kmib.co.kr
수협·옛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 ‘출입구 막고 치우고’ 극한 대치
입력 2019-02-1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