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시리아 내 마지막 이슬람국가(IS) 점령지 탈환을 눈앞에 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내 IS가 격퇴됐다고 선언한 지 7주 만의 일이다.
이라크 접경지역인 시리아 동부 바구즈 마을에서는 IS 조직원과 가족들이 미군에 속속 투항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이 마지막 점령지인 바구즈 점령을 앞두고 민간인과 기간시설 피해를 줄이기 위해 포위망을 일시 해제하면서 생긴 일이다.
두 딸의 어머니인 아말 모하메드 알사우시는 지난 3일 미군 특수작전부대에 투항했다. 알사우시의 남편은 2017년 당시 IS의 수도였던 시리아 라카를 지키다가 죽었다. 알사우시도 이때 쿠르드족 계열 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에 포로로 잡혔다가 포로 교환 형태로 풀려났다. 그는 지난 2주간 동물 사료를 먹으며 연명한 끝에 결국 딸들과 함께 두 번째로 투항했다.
시리아 북부 알레포 출신이라고 밝힌 한 여성도 최근 6살 아들과 함께 바구즈를 빠져나왔다. 남편은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 여성은 자신은 IS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바구즈에는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의 옛 IS 점령지 시민들도 다수 유입됐다.
일부 조직원들은 여전히 미군에 저항하고 있지만, 거리에 자란 잡초를 뽑아 끓여 먹어야 할 정도로 궁지에 몰렸다. 이들은 바구즈 내 5㎢가량의 면적만 차지하고 있다. 뉴욕 센트럴파크 크기다. 미군은 바구즈에서 투항한 포로 중에 IS 전투 조직원들이 섞여 있지 않은지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
투항하는 포로의 수가 점점 늘어나자 시리아에선 포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IS 격퇴 최전선에 선 SDF는 포로 수용 능력이 부족하다. 지난해 12월에는 조직원 1100여명과 가족 2000여명 석방도 논의됐다.
포로 송환이 임박하면서 유럽 국가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바구즈에서 투항한 IS 조직원 중에는 프랑스 독일 러시아 출신도 포함됐다. 미국은 아예 IS 조직원 소속 국가가 이들을 송환해 기소하라는 입장이다. 포로들이 이라크나 시리아 정부로부터 사형을 선고받거나 임의처형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테러 등 심각한 안보 위협을 끼칠 것을 염려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반(反)ISIS(IS의 옛 이름) 국제연대’ 장관회의에서 “아마 다음 주에 우리가 칼리프(이슬람 신정일치 국가)의 10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IS가 과거 영토의 99.5%를 잃었으며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마을 일부만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빨리 IS 격퇴를 발표하고 싶지는 않다며 전에 없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그들이 가진 것은 모두 잔재이지만, 잔재들도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IS가 완전히 격퇴됐다며 곧 시리아 내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격퇴 선언에 자극받은 IS가 더 격렬하게 저항하고 나섰고 동맹국 내에서도 그의 선언이 시기상조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장관회의에서 “IS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거의 모든 영토를 잃었지만 여전히 수천명의 전투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격퇴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국방부는 시리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IS가 곧 재건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라크와 시리아 전역에 숨어든 IS 조직원 수천명이 미군 철수 후 6~12개월 이내에 점령지를 다시 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시리아 IS 속속 투항… 트럼프 “100% 탈환 초읽기”
입력 2019-02-0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