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체감형 경제 성과를 내기 위한 ‘교과서 밖 행보’에 나섰다. 관료와 일부 교수를 중심으로 한 경제 활성화 논의가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과 재계의 소통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대규모 간담회뿐 아니라 소수의 기업가와 깊이 있는 경제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늘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혁신벤처기업인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 벤처 1세대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돌파한 일명 ‘유니콘’ 기업 대표 등 7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벤처기업 관계자를 만난 건 지난달 7일에 이어 두번째다. 김대중정부의 벤처 붐을 재현시키겠다는 청와대의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간담회는 새해부터 이어진 대규모 기업인 간담회와는 달리 소수만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연구방법 중 하나인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기법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FGI는 심층 질문을 통해 통찰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간담회를 진행해본 결과 참석자들이 후반부에 가서야 몸이 풀리고 편하게 얘기를 했다”며 “문 대통령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해답을 갈구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인들은 간담회에서 허심탄회한 견해를 쏟아냈다. 김택진 NC소프트 대표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해외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쉽고 자국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좀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지원을 하더라도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네이버의 이 GIO는 “인터넷망 사용료나 세금 문제에 있어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에 적용되는 법안이 동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주52시간 근무의 취지는 알겠다. 하지만 기업에는 그것이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된다”고 토로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한데 불확실성이 이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이 “국내의 반기업 정서가 심하다”고 입을 모으자 문 대통령은 “초기 (기업인들이) 부를 이루는 과정에서 정의롭지 못한 게 있었다”며 “최근 기업들은 투명 경영으로 여러 성취를 이뤄내고 있다. 반기업 정서는 빠른 시간 내에 해소되리라 본다”고 답했다. 이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적이 나온다면 국민들도 규제 유무 차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달에도 현장 중심의 경제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자영업자 초청 간담회와 스마트시티 전략보고회(부산), 지역경제 활력을 위한 시·군·구 기초단체장과의 대화가 예정돼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文 대통령, 벤처인 7명 만나 ‘교과서’에 없는 경제 해법 찾기 고심
입력 2019-02-07 19:04 수정 2019-02-07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