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고발 중독’이 고질화되고 있다. 여야가 각종 현안마다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는 대신 검찰과 법원을 찾아 상대를 처벌해 달라고 독촉하는 ‘정치의 사법화’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사사건건 고발 난타전을 이어가면서 검찰과 법원까지 정쟁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씨 가족의 동남아 이주 등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곽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다혜씨의 동남아 이주와 그 무렵 문 대통령의 인도 연설을 연계하면서 공세를 이어갔다. 곽 의원은 “현재까지 파악한 상황에 따르면 대통령께서 인도를 국빈 방문해 연설할 무렵 딸 다혜씨는 해외이주 상태였다. 대통령께서 따님이 한국에서 요가 강사를 하고 있었다고 연설했는데 사실이냐”고 따졌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한국당 김용남 전 의원을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한국당은 ‘고발 전문 야당’이 된 상태다. 한국당은 지난달 25일 바른미래당과 함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과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을 고발했다. 조 상임위원이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서 특보로 활동한 사실이 대선 백서에 기재돼 있는데도 이를 부인한 것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지난달 7일에도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국고손실,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20일에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여야가 고발을 남발한 뒤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나 재판에 반발하는 것도 일상적 정치행위가 됐다. 야당은 “검찰이 정권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따른다”며 반발하고, 여당은 “사법부 내 적폐세력의 반격”이라며 불복하는 식이다.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수사의 경우 애초에 민주당이 네이버 악성 댓글과 관련해 경찰에 고발한 사건이 커져 특검까지 가고, 이어 법원에서 법정 구속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법원과 판사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정당 간 극심한 불신과 지지층 결속을 위한 소모적 정쟁이 ‘고발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은 내부 결속만 하면 내년 총선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당은 민주당과 극한 대치 국면을 만들지 않으면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그런 상황이다보니 말(정치)보다 주먹(고발)이 앞서는 것”이라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무조건 고발하고 사법부의 결과가 나와도 반발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문제는 사법부도 정치화되면서 신뢰가 깨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라는 최악의 국면”이라고 우려했다.
임성수 김성훈 기자 joylss@kmib.co.kr
고질화된 여의도의 ‘고발 중독’, 정치 참 편하게 하는 여야
입력 2019-02-0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