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해자 김씨, 말리는 경찰과 시비… 수차례 제지 뿌리치다 제압당해

입력 2019-02-07 19:02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폭행 피해 신고를 받고 서울 강남구 클럽 버닝썬에 출동한 경찰이 흥분한 김상교씨에게 “촬영하고 있다”며 주의를 주는 모습. 국민일보 유튜브 캡처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1월 24일 경찰의 ‘보디캠’(경찰 유니폼 상의에 장착된 카메라)에 찍힌 영상이 처음 확인됐다. 국민일보가 7일 입수한 이 영상에는 버닝썬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신고 당사자인 김상교(28)씨를 제압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그동안 공개된 여러 CCTV 영상과 달리 경찰과 김씨 사이에 오간 대화가 생생히 담겼다.

김씨는 사건 당일 오전 7시쯤 버닝썬 앞에서 클럽 이사 장모씨에게 폭행을 당했고, 이후 출동한 경찰이 자신을 가해자로 몰아 과잉진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버닝썬 측이 공개한 입구 CCTV와 폭행 장면이 담긴 길거리 CCTV, 경찰 보디캠 영상을 비교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오전 6시54분쯤 김씨가 클럽에서 나온 순간부터 경찰이 현장 도착 후 되돌아간 오전 7시27분까지의 상황이다. 경찰 보디캠에 찍힌 부분은 오전 7시 14~20분으로 추정된다.

영상을 종합하면 김씨는 오전 7시1분 경찰에 폭행 피해를 신고했다. 10여분이 지난 오전 7시13분 순찰차가 클럽 앞에 도착했고, 경찰 4명이 오전 7시 14~15분 차에서 내렸다. 김씨는 경찰 도착 전후 클럽에 들어갔다 나오며 쓰레기를 발로 차는 등 소동을 피웠다.

경찰 보디캠 영상은 김씨가 버닝썬 보안요원과 대치하고, 경찰이 김씨를 말리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김씨는 경찰에게 클럽 관계자에게 맞았다고 반복해 이야기하고 보안요원에게 욕설을 하며 실랑이를 벌인다. 경찰은 김씨를 향해 “촬영하고 있다” “그만하라”고 여러 차례 주의를 줬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자신을 말리는 경찰과 시비가 붙었다. 그는 경찰이 장씨로부터 맞은 부위를 다시 때렸다며 항의했다. 김씨가 “공권력, 얼마나 자신 있는데” “가보자”라며 소리치자 다른 경찰관은 “왜 경찰이랑 싸우려고 그러냐”며 만류했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김씨는 욕설을 하면서 점점 언성을 높였고, 자신의 팔을 붙잡는 경찰의 제지를 반복해 뿌리쳤다. 결국 한 경찰이 김씨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며 상황은 종료됐다. “돌려 돌려” “(수갑) 채워”라고 말하는 경찰 목소리 외에 김씨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를 완전히 제압한 뒤 클럽 관계자들을 향해 “확실히 처벌 원하지?”라고 물었다. 보안요원들은 “합의 없어요”라고 답변했다. 출동 5분 만인 오전 7시18분 경찰은 김씨를 순찰차에 태우고 떠났다.

보디캠 영상을 보면 현장 도착 이후 경찰 대응은 신고자인 김씨를 상대로 주로 이뤄졌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제가 바닥에서 맞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3개 영상 모두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찰 1명이 저를 뒤로 밀쳤고 수갑을 채우려 했다” “경찰이 놀란 듯이 (관계자들을) 들여보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자신을 순찰차 쪽으로 밀친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이 클럽 관계자를 안으로 먼저 들여보내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체포 당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영상에는 경찰이 ‘미란다 원칙’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현장 소음 탓에 구체적인 설명이 이뤄졌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경찰이 김씨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대화 역시 보디캠에는 담기지 않았다.

한편 버닝썬의 마약 및 경찰 유착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클럽 내부 CCTV를 확보하고 버닝썬 임직원의 계좌거래 내역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버닝썬 측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상은 구승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