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평양 실무회담 이틀째… 길면 길수록 청신호?

입력 2019-02-08 04:01
사진=AP뉴시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상회담 의제 및 합의문 조율을 위한 ‘평양 실무협상’이 이틀째 이어졌다. 양측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단계별로 조합하기 위한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협상이 길어지면서 그만큼 합의 내용도 많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6일 방북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7일에도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주스페인 북한대사와 실무협상을 벌였다. 비건 대표는 협상을 마치면 8일쯤 서울로 돌아와 한국 측과 합의 내용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비건 대표가 평양에 가기 전 우리 측과 사전 협의를 했고, 평양에서의 실무협상 결과에 대해 한국 측에 가장 먼저 설명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와 김 전 대사는 이날도 영변 핵시설 폐기를 비롯한 비핵화 조치와 인도적 대북지원을 포함한 상응조치를 놓고 협상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가 지난달 31일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언급한 ‘포괄적 신고’에 대한 북한의 호응 여부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북 제재 완화가 포함되는지 여부에 협상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그동안 언급한 핵·미사일 동결 조치만으로는 미국 조야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 비건 대표가 언급한 포괄적 신고에는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포괄적 신고는 총량을 신고하는 개념이라 북한 입장에서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가 직접 평양에 들어간 만큼 양측이 이견을 상당히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외교부 당국자는 “비건 대표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실행할 경우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상응조치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들고 갔다”며 “북한이 얼마만큼 움직이느냐가 이번 실무협상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 정부 소식통도 “비건 대표가 평양에 가기 전 중국의 평화협정 다자회담 참여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했다”면서 “미국의 이런 태도가 북한과의 협상을 견인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대표의 방북길에는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관계자들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 의제뿐 아니라 의전 관련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실무협상이 이틀 이상 계속되는 것을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평양에서 실무협상이 열렸기 때문에 중요한 사안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정이 북한 협상팀에게 직접 전달될 수 있다”며 “실무협상이 길어지는 것은 김 위원장과 협상팀의 협의 과정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평양 협상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북·미가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뜻”이라며 “양측이 폭넓게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의사를 탐색하는 것은 북핵 협상에서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 국무부는 실무협상에 관해 논평해 달라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요청에 “현재로선 공유할 내용이 없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최승욱 권지혜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