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의약품 파동으로 여러 차례 홍역을 치른 중국에서 이번에는 에이즈를 유발시키는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항체 혈장 주사제가 유통돼 비상이 걸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6일 밤 홈페이지에 올린 긴급 발표문을 통해 HIV 양성 반응을 보인 상하이신싱의약의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 사용을 중단시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7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상하이신싱의약에 관련 주사제 생산 중단과 재고품의 전량 회수를 명령하고, 전국 의료기관에 해당 주사제를 맞은 환자들의 모니터링을 지시했다.
2000년 설립된 상하이신싱은 국유기업으로 중국 2위의 혈액제제 업체다. 문제의 주사제는 백혈병, 간염, 광견병 등이 일으키는 면역 결핍을 치료하기 위해 혈액 중 백혈구를 뽑아 만든다. SCMP는 HIV에 오염된 채 유통된 제품이 50㎖짜리 병 1만2229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유통 기한은 2021년 6월이다.
중국 당국은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이 주사제를 맞았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관영언론을 통해 “현재까지 이 주사제 사용으로 HIV에 감염된 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HIV 양성 반응이 나타난 항체를 주입받은 환자도 사전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거치기 때문에 에이즈에 감염되는 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시민들의 공포와 분노는 커지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 등을 통해 당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토로하고 있다. 특히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당국 해명에 지도층이 먼저 시험삼아 주사를 맞아보라는 비판 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당국이 부정적 여론 확산 차단에 나선 듯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 기사에 댓글이 달리지 않거나 이미 달린 댓글도 볼 수 없게 됐다.
최근 잇따라 터진 의약품 안전성 논란은 중국 정부에 정치적 부담이다. 지난해 7월 ‘가짜 광견병 백신’ 파동은 문제의 백신을 접종받은 어린이가 48만여명에 달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중국 전역이 뒤집혔고, 시진핑 국가주석 등 최고지도부까지 직접 나서 강경 대응을 약속하는 등 여론을 달래야 했다. 중국 2위 제약회사였던 창성바이오는 경영진 체포에 이어 91억 위안(약 1조50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이후 상장 폐지됐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HIV에 감염된 이번 주사제 문제를 제대로 수습하지 않으면 의료·보건 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를 되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中, 이번엔 ‘HIV 주사제’ 비상
입력 2019-02-08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