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한반도 날씨가 유독 극과 극을 오가며 널뛰기를 거듭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현상이 원인인 만큼 앞으로 이처럼 비정상으로 보이는 일들이 예전보다 잦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상청은 관계부처와 함께 7일 ‘2018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발생한 한파와 폭염, 태풍 등 이상기후 발생 원인과 분야별 피해 현황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2010년부터 매년 발간돼 기상청 기후정보포털(climate.go.kr)에 공개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기상 관측 이래 기록적으로 강한 한파가 찾아왔다. 지난해 1월 23일∼2월 13일은 전국 평균기온이 1973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영하 4.8도를 기록했다. 북쪽의 우랄산맥, 베링해 부근에 커다란 고기압이 버티면서 기류가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한반도에 북극의 찬공기가 계속 들어왔던 탓이다.
이상기후는 봄에도 계속됐다. 봄답지 않게 높은 기온과 비가 이어지면서 3월 전국 평균기온은 8.1도로 1973년 이래 최고치를 썼다. 경남 진주에서는 하루 최고기온이 24.0도, 거제에서는 24.2도에 이르렀다. 전국 평균 강수량은 110.7㎜로 평년 대비 1.91배, 역대 3위였다. 기상청은 차가운 대륙고기압의 세력이 평소보다 약해 한반도가 따뜻하고 습한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름에는 역대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다. 6~8월 사이 전국 평균기온은 1973년 이후 가장 높았으며 일 최고기온과 일 최저기온은 두 번째로 높았다. 낮에는 폭염이, 밤에는 열대야가 반복됐다. 강원도 홍천에서는 최고기온이 41.0도로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서울은 30.3도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비도 더위를 충분히 식혀주지 못했다. 장마 전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었고 장마는 남부지방이 7월 9일, 중부지방이 7월 11일에 종료돼 역대 세 번째로 이르게 끝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극단적인 날씨는 온실기체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전 지구적 기후변화를 불러온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본다. 김해동 계명대 기후환경공학과 교수는 “한반도의 경우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이라는 가장 큰 대륙·대양 사이에 끼어 있어 계절풍 등 독특한 기후현상이 많이 일어나는 것도 극단적인 기후변화가 다른 지역에 비해 도드라지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결국 극단적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는 건 지금까지 ‘비정상’으로 분류되던 일들이 이제 흔한 ‘정상’이 되어간다는 것”이라면서 “전통적인 절기가 들어맞지 않는 등 이른바 관천망기(觀天望氣·일상에서 경험적으로 예상하는 날씨)가 갈수록 어긋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요즘 날씨는 ‘비정상의 정상화’, 폭염·한파 더 잦아진다
입력 2019-02-0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