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밤샘근무를 하다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장례식이 7일부터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고인이 사망한 지난해 12월 11일 이후 58일 만이다.
이날 검은색 양복 차림의 사람이 많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일부 벽면에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이 일을 들은 것만으로도 슬픈데 부모의 마음은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죽었을 수도,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곳에선 정규직 구분 없이 행복하길’ 등의 문구가 담겼다.
포스트잇을 배경으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두 달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설 연휴 전 용균이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했는데 (그나마) 명절 연휴 첫날 협상을 시작해 엊그제 마무리했다”며 “섭섭하고 미비한 점이 많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부모가 두 달 동안 (아들이) 냉동고에 놓여 있길 바랐겠느냐”며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고 용균이 동료들도 살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유족과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죽음의 외주화 중단 등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뤄오다 지난 5일 당정과 대책위의 후속대책 합의 이후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민주당 의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보낸 화환은 유족의 요구로 철거됐다.
시민의 추모도 잇따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근무 중이라는 황계성(51)씨는 “세월호 이후 안전문제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아 기성세대로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방명록에 방문자 1200명이 이름을 남겼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故 김용균씨 장례 시민사회장으로… 여야 정치권·시민 1200여명 추모
입력 2019-02-07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