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입학 앞두고 돌봄 공백 우려… ‘다함께돌봄센터’ 대안 될까

입력 2019-02-08 04:00

울산에 사는 주부 민모(37)씨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최근 고민이 많다. 그동안 유치원에 오후 5시까지 보냈는데 초등학교 1학년은 점심 먹고 하교해서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채워줄지 걱정이다. 학원을 보내도 길어야 1~2시간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맞벌이 주부 이모(42)씨는 2학년에 올라가는 아이를 초등돌봄교실에 보낼지 망설여진다. 1학년 때 겨우 돌봄교실에 배정받았으나 아이가 돌봄교실 교사로부터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어서다. 이 교사는 학교생활의 어려운 점을 얘기한 아이에게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느냐. 넌 이상한 아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돌봄교실 교사는 외부에서 고용되는 형태라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돌봄교실에서 좋은 교사를 만나는 건 ‘복불복’”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1~2학년에 자녀를 진학시키는 학부모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오전 중 수업이 끝나 그 이후 아이를 돌봐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서다. 맞벌이 여성의 퇴사가 많은 것도 이 시기다. 출산 직후 육아휴직을 쓰지 않은 엄마들이 이때 남은 육아휴직을 소진토록 제도가 마련됐을 정도다.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교실은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가장 선호하는 돌봄 형태다.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녀 돌봄 실태와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돌봄·방과후교실을 선호하는 비율은 1학년 48.6%, 2학년 45.3%다. 본격적인 사교육이 시작되는 3학년부터는 30%대로 떨어진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초등돌봄·방과후교실 이용을 희망하는 1~3학년 5명 중 1명은 학원에 간다. 일부 학교에선 ‘탁구공 추첨’을 통해 돌봄교실 이용자를 선정한다.

초등돌봄·방과후교실을 이용해도 오후 5시면 끝나 맞벌이 부부의 퇴근 전까지 별도 돌보미가 또 필요하다. 보사연은 “초등돌봄·방과후교실 프로그램이 초등학생의 양육 공백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온종일 돌봄 정책’의 일환으로 2022년까지 ‘다함께돌봄센터’ 1800곳을 새로 만든다고 밝혔다. 지역 내 복지관이나 도서관, 아파트 단지 시설 등을 활용해 초등학생에게 방과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정규직 돌봄선생이 1명 이상 상주하며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고 간식이나 저녁식사를 챙겨준다. 오후 6~8시까지 운영해 맞벌이 가정에서 아이를 늦게까지 맡길 수 있다. 논술, 영어, 음악, 독서 등 별도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서비스 이용료는 월 10만원 수준이다. 중간에 학원을 다녀올 수도 있다. 서울 노원구 월계문화 다함께돌봄센터의 경우 ‘틈새 돌봄’ 차원에서 등교 전 돌봄 서비스와 공휴일 돌봄, 아픈 아이 돌봄 등도 시행할 예정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