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수사기관에서 불법구금과 고문을 당한 피해자가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권을 주장할 경우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무죄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정모씨와 그의 가족 8명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5억5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정씨 등이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정씨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한 버스회사 안내양 기숙사 사감으로 일하던 정씨는 1981년 5월 안내양들에게 “이북은 하나라도 공평히 나눠먹기 때문에 빵 걱정은 없다”고 말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형은 1984년 10월 확정됐다. 정씨는 영장 없이 6일간 불법 구금돼 수사관들로부터 폭행과 고문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2014년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얻어냈다. 이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정씨 패소로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손해배상청구권 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대법 “불법수사 피해자 재심 후 국가배상, 청구 소멸시효 끝났어도 가능”
입력 2019-02-07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