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정립에 헌신한 의사 윤한덕, 노점상 전재산 기부한 노덕춘 할머니
이웃에 대한 배려 없는 사회에 큰 울림
어둡고 무거운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다. 물질과 이익을 위해서는 수십 년의 친분도 혈육도 가리지 않는 막장극이 예사가 됐다. 개인의 욕망과 편의가 한국인의 최고 행동 기준이 된 듯하다. 인심이 이렇게 각박하고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서야 사회가 지탱될까 하는 우려를 기우라고만 할 수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상을 떠난 두 시민의 사연이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설 전날인 4일 병원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윤한덕(51)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열악한 국내 응급의료체계를 바로 세우는 데 평생을 바쳤다. 설 연휴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초과근로를 하다가 과로사한 것으로 보인다. 윤 센터장은 닥터헬기와 권역외상센터 도입 등 국내 응급의료계에 일어난 주요한 변화를 주도한 이다. 응급의료체계 개선에 대한 그의 기여는 “어깻죽지가 떨어져나간 것 같다”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의 말에서 알 수 있다.
이 센터장은 그의 책 ‘골든아워’에서 “대한민국의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생각 이외에는 어떤 다른 것도 머릿속에 넣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고 썼다. 윤 센터장은 평소에도 주중엔 거의 귀가하지 않고 사무실에 놓인 허름한 간이침대에서 잠을 해결하며 일에 몰두했다고 한다.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돌아가신 노덕춘(85) 할머니도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이웃을 생각했다. 홀로 살아온 할머니는 노점상도 하며 생계를 꾸려 왔다. 미리 변호사에게 인증까지 받아 놓은 유언장에는 ‘장례 치르고 남은 돈은 동사무소 사회 담당과 협의해 좋은 곳에 써 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은행권에 맡겨진 재산은 1억3000만원가량이었다. 임대아파트 보증금 3400만원도 할머니가 이웃들에게 남긴 유산이었다. 노덕춘 할머니는 2010년에도 모교인 경남여고에 당시 돈으로 1억원가량의 골드바를 기부했다.
두 분의 죽음을 접하면서 한국 사회에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빛나든, 볼품없든 상관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며 남을 돕는 평범한 보통사람의 존재를 인식하고 안도하게 된다. 진료 중 환자의 흉기에 유명을 달리한 고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그리고 조의금 1억원을 후진 양성에 써 달라며 기부한 유족의 사연에 이은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윤한덕 센터장과 노덕춘 할머니 같은 참시민의 마음가짐이 널리 알려져 사회의 어둠이 엷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사설]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희망 주고 떠난 두 참시민
입력 2019-02-0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