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예배 365-2월 9일] 하늘의 얼굴, 땅의 마음, 바다의 입술

입력 2019-02-08 18:27

찬송 :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304장(통 404장)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마태복음 16장 1~3절


말씀 : 신약성경은 헬라어로 쓰였습니다. 헬라어로 성경을 읽다 보면 종종 재미있는 표현들을 접하게 됩니다. 하늘의 표적을 보여 달라는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예수님은 “너희가 ‘날씨’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표적은 분별할 수 없느냐”(마 16:3)고 묻습니다. 여기에서 ‘날씨’는 헬라어로 ‘하늘의 얼굴’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날씨가 흐리면 어르신들은 저녁 거른 시어머니 상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늘을 잔뜩 찡그린 얼굴에 빗댄 것이지요. 하늘이 얼굴을 찌푸리면 궂은 날씨가 되고, 하늘이 얼굴을 펴면 화창한 날씨가 됩니다. ‘하늘의 얼굴’, 꽤 시적이지요.

또한 예수님은 “요나가 밤낮 사흘 동안 물고기 뱃속에 있었던 것같이 인자도 밤낮 사흘 동안 ‘땅속’에 있으리라”(마 12:40)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에서도 ‘땅속’이 헬라어로는 ‘땅의 마음’입니다. 땅속을 사람의 마음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땅속이 깊은 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깊기 때문일까요.

하나 더 예를 들까요. 히브리서에서는 죽은 자와 같던 아브라함에게서 “하늘의 허다한 별과 또 ‘해변’의 무수한 모래와 같이 많은 후손이 생육하였느니라”(히 11:12)하고 말합니다. 이 말씀에서도 ‘해변’을 헬라어는 ‘바다의 입술’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바다의 입술이라는 비유가 너무 신선하지 않습니까. 저는 해변 백사장을 여러 번 걸어보았지만, 해변이 바다의 입술이라는 것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바다의 입술이라는 비유를 생각하면서 해변을 다시 걸으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합니다. 하늘의 얼굴, 땅의 마음, 바다의 입술. 아름다운 시의 한 구절 같지 않습니까. 성경에 이렇게 아름다운 시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일 포스티노’라는 영화에서 칠레의 유명한 파블로 네루다 시인이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서 망명 생활을 합니다. 네루다 시인에게 편지를 배달해 주던 우편 집배원이 네루다에게 ‘시가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네루다 시인은 ‘시는 은유’라고 간단하게 답합니다. 은유는 비유의 일종이지요. 네루다 시인과 우편 집배원은 시를 통해서 급속히 가까워지고 친한 친구가 됩니다.

성경은 비유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예수님은 비유가 아니면 말씀하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마 13:34) 많은 비유를 들어 천국의 가르침을 전했습니다. 씨를 뿌리고 그물을 던지고 양을 치고 빵을 만들고 혼인 잔치를 벌이는 일상사가 모두 비유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예수님은 탁월한 시인입니다.

‘하늘의 얼굴, 땅의 마음, 바다의 입술’이라는 은유의 말씀을 우리 가족들에게 적용하면 어떨까요. 하늘의 얼굴처럼 우리 가족들의 얼굴이 환해지고, 땅의 마음처럼 우리 가족들의 마음이 깊어지고, 바다의 입술처럼 우리 가족들의 입술이 진주를 머금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시인의 마음은 아름답고, 시를 읽는 사람의 마음도 아름답습니다. 한 편의 아름다운 시를 읽듯이 하나님의 말씀, 성경을 읽으면 우리의 마음도 순수해지고, 네루다와 우편 집배원이 친해지듯이 우리도 하나님과 더욱 친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도 : 하나님, 우리 가족의 마음을 맑은 하늘처럼 깨끗하게 씻어주십시오. 그리하여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과 더욱 가까워지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주기도문

오종윤 목사(군산 대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