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까지 전국 5만여 가구 분양… 최악의 거래절벽 풀릴까

입력 2019-02-08 04:03



설 연휴 이후 3월까지 5만여 가구의 대규모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큰 장’이 열린다. 전문가들은 3월 성수기 청약 수요와 하락세인 기존 주택 매매가의 보합세 전환 여부를 올해 부동산 시장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꼽고 있다. 지난해 9·13 대책 후 시작된 거래절벽과 시장 하락세가 연중 지속될지 아니면 반전할지에 따라 무주택 실수요자는 물론 다주택자들의 매수·매도 타이밍 역시 변동 가능성이 크다.

일단 시장 상황은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팔려는 사람 모두에게 최악에 가깝다. 반년 가까이 고착화된 거래절벽 때문이다. 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신고건수 기준 1857건에 불과했다. 2013년 1196건 이후 6년 만에 1월 거래량 최저치를 경신했다. 청약 열풍 및 갭투자 수요가 온전했던 지난해 1월(1만198건)과 비교하면 무려 81.8%나 급락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어중간한 조정폭 탓에 시장 내 이해당사자들의 서로 다른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내 집 마련을 위한 매수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실수요자들에게 현 시세는 여전히 너무 비싸다. 불과 2년 전과 비교해 적게는 1억~2억원에서 많게는 5억~6억원 가까이 매매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최근 몇천만원의 하락폭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

반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등에 따른 세 부담에 집을 처분하고자 하는 집주인들은 시세 하락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은 (자신들의 집값 기준이) 아직도 지난해 최고점에 머물러 있다”며 “가령 5억원에 집을 사서 8억원을 찍고 7억원으로 가격이 조정된 경우 본인의 투자에 비해 2억원을 번 셈이지만 마치 1억원을 손해본 것처럼 느끼는 것이 대부분의 심리”라고 지적했다. 호가보다 조금 가격을 내린 것 만으로도 큰 손해라고 안타까워하는 경우가 많아 매매 자체를 아예 권유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서울 시내 부동산에는 매매를 포기하고 전세로 전환하는 매물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일 한국감정원 발표에 따르면 전국 집값은 매매(-0.10%), 전세(-0.13%) 동반 하락했다.

변수는 실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는 1분기 분양 시장의 흥행 성패다. 부동산114와 리얼투데이 등의 집계에 따르면 2·3월 분양에 나서는 단지는 5만 가구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8000여 가구와 비교하면 80% 가까이 크게 늘었다. 시장 호황이 시작된 2015년 이후 5년 만의 최대 물량이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에 3만여 가구의 분양 물량이 몰려있다. 경기도가 17개 단지 1만9597가구로 가장 많고 인천 9개 단지 7013가구, 서울 9개 단지 5073가구, 부산 6개 단지 3367가구 등의 순이다.

특히 지난해말 청약제도 개편 영향으로 대거 순연됐던 서울 분양 단지들이 청약 접수에 나서 눈길을 끈다. 정부 규제로 인해 분양 인기지역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서울 지역 청약열기가 사실상 시장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데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및 청약 규제가 여전해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며 “불황에도 수요가 많고, 환금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