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침체되자 한국과 일본 수출 실적이 고꾸라졌다

입력 2019-02-07 04:01

미·중 무역전쟁의 태풍 속으로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수출국이 빨려들어가고 있다. 세계 경제의 둔화 흐름과 맞물려 타격의 폭은 커질 조짐을 보인다. 특히 한국은 경기 둔화 국면에서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마저 흔들리면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수출 부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출은 463억5000만 달러(약 52조원)로 전년 동월 대비 5.8% 줄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이는 2016년 9~10월 이후 처음이다. 무역수지는 13억4000만 달러로 8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지만 흑자 규모는 1년 전(34억 달러)의 4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수출이 주춤한 원인은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의 대중 수출이 크게 꺾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한국 수출의 26.8%를 차지한 압도적 1위 시장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통상 갈등으로 중국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난달 1~20일 한국 반도체의 대중 수출은 40.0%나 급감한 16억1000만 달러에 그쳤다. 석유제품 수출도 36.4% 감소한 2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을 제외하면 1월 전체 수출 감소 폭은 0.9%에 그친다.

정부는 ‘수출 경고음’을 심상찮게 본다. 경기 흐름은 이미 ‘침체의 터널’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동행지수(현재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와 경기선행지수(미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 순환변동치는 7개월 연속 하락했다. 1971년 7월부터 1972년 2월까지 동반 추락한 이후 최장(最長)이다. 정부는 비상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이달 안으로 수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다.

일본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아시아 지역으로의 반도체, 통신기기 등 수출이 6.9%나 줄었는데 이는 대중 수출이 7.0%나 감소한 여파다. 수출기업 실적도 추락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 전장부품 등으로 주력 사업을 바꾼 파나소닉은 지난 4일 올해 3월기(2018년 4월~올해 3월 말) 매출 실적예상치를 기존보다 2000억엔 낮춘 8조1000억엔(약 83조원)으로 조정했다. 파나소닉 측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로 산업용 모터와 스마트폰 부품 등의 판매가 예상을 밑돌았다”고 설명했다.

무역전쟁 당사자인 중국은 더 위태롭다. 한국은행은 6일 해외경제포커스를 발표하고 중국의 지난해 4분기 수출과 수입 증가율(전년 대비)이 각각 4.0%, 4.4%로 3분기(11.7%, 20.4%)보다 크게 둔화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12월 수출은 -4.4%, 수입은 -7.6%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한은은 “미·중 무역전쟁의 부정적 여파가 확산하는 가운데 선진국 경기 둔화, 중국의 내수 위축 등이 부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대외무역 향방은 미국과의 무역협상 결과에 달렸다. 무역전쟁이 종결되면 대외무역이 다시 완만한 증가세로 바뀔 수 있지만 협상이 난항에 빠진다면 위기·둔화는 더 퍼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가 확대된다면 중국 대외무역은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이달 말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에서 무역전쟁이 일괄 타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다음 주 초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고위급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양민철 기자, 세종=전슬기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