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 2·27 전당대회에 북·미 2차 정상회담이라는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6일 발표된 북·미 회담 일정(27~28일)과 한국당 전당대회 날짜가 겹치면서 자칫 베트남발 정상회담 태풍에 전대 ‘컨벤션 효과’가 날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급부상했다. 비상이 걸린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일정 변경 검토에 들어갔으며, 당권 주자들도 전대 연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관용 한국당 선관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적 관심사이자 당의 터닝포인트가 돼야 할 전대가 북·미 회담에 묻히면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며 “당 사무처에 날짜를 당기거나 미루는 방안을 실무적으로 논의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8일 선관위 회의를 소집해 이 문제를 의논하려고 한다”며 “이미 날짜와 장소(경기도 고양 킨텍스)가 정해진 데다 후보들 입장도 있기 때문에 당장 결정할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당대표 후보들도 ‘흥행 찬물’ 우려를 들어 잇따라 전대 연기를 주장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27~28일 베트남에서 미·북 회담이 개최되는 것은 지난 (6·13) 지방선거 하루 전 싱가포르에서 미·북 회담이 개최된 것과 똑같다”며 “한국당 전대 효과를 감쇄하려는 저들의 술책”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전대를 한 달 이상 미루자”고 제안했다.
7일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당의 중요한 행사가 외부적 요인으로 영향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연기론에 힘을 실었다. 심재철 정우택 주호영 안상수 김진태 의원도 전대 연기를 촉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당권 주자 8명 중 7명이 일정 연기 요구 대열에 선 것이다.
이를 두고 유력 주자로 꼽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추격할 시간을 벌고, 현재의 판세를 뒤흔들 만한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다른 후보들이 전대 연기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황 전 총리를 제외한 여러 후보들은 당에 TV토론회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후보들 간에는 단일화 추진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전대 일정과 관련해 “북·미 정상회담은 그것대로 돌아가는 것이고, 우리도 우리 계획대로 하는 것”이라며 연기론에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이후 “당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면 그 뜻을 존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당대표 후보 다수가 전대 연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일정 변경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1만여명을 수용할 장소 섭외와 늘어진 기간에 따른 선거 관리, 공정성 시비 등이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전대 일정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하지만 미·북 회담과 관계없이 진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후보 간 유불리도 있기 때문에 정해진 수순대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선교 전당대회 의장도 의견을 묻는 국민일보 문의에 “원래 계획대로 가는 게 옳다”고 답신했다.
지호일 이형민 기자 blue51@kmib.co.kr
2차 北·美 정상회담 27일로 잡히자 한국당 全大 연기론 확산
입력 2019-02-0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