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 애런 헤인즈(38). 헤인즈가 한국 프로농구(KBL) 살아있는 전설이 되려 하고 있다. 최장수 외국인 선수라는 타이틀은 얻었다. 이제 외국인 선수 통산 득점 첫 1만점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으려 하고 있다.
헤인즈는 2008-2009시즌 서울 삼성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 땅을 밟았다. 처음에는 잠시 있다가 떠나는 ‘용병’ 취급을 받았다. 큰 키(199㎝)에 비해 왜소해 보이는 체격(88.6㎏) 때문에 골밑 싸움에서 약점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다음 시즌에도 재계약은 하지 못하고 울산 현대모비스에 대체 외국인 선수로 뛰었다. 하지만 엄청난 스피드와 농구센스로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하자 각 구단으로부터 구애를 받게 됐고, 이제 KBL 코트를 가장 오래 누빈 외국인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헤인즈는 2011-2012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서울 SK 시절이었던 2012-2013시즌부터는 ‘한국형 용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한국 농구에 적응하며 파울 유도를 할 줄 알 정도로 영리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수비에서도 SK 드롭존의 핵심으로 활동하며 팀의 정규시즌 우승과 홈 경기 23연승이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11시즌 동안 다섯 팀에서 총 두 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했다.
이에 헤인즈는 현대모비스 라건아에 앞서 외국인 선수 중 태극마크를 다는 첫 선수가 될 수도 있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를 귀화시키려다 무산되자 헤인즈로 방향을 돌렸다. 헤인즈도 귀화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상 3년 연속 국내에 거주한 자만 아시안게임에 참여할 수 있어 귀화는 없던 일이 됐다.
오점도 있다. 2013년 12월 14일 전주 KCC전에서 김민구를 고의적으로 밀쳐 문경은 SK 감독과 함께 공개 사과했다. 2017년 12월 8일 고양 오리온전에서는 경기 중 그가 휘두른 팔꿈치에 맞아 최진수가 오른쪽 눈두덩이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헤인즈는 6일 현재 1만 득점에 단 1점을 남겨두고 있다. KBL 외국인 선수 중 1만 득점 고지에 오른 이는 없다.
1만 득점은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서장훈(1만3231점), 김주성(1만288점), 추승균(1만19점) 등 단 세 명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외국인 선수는 국내 선수에 비해 퇴출과 복귀가 훨씬 빈번히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의 1만 득점은 값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꾸준한 기량과 성실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헤인즈 다음으로 득점기록이 높은 외국인 선수가 은퇴한 조니 맥도웰(옛 대전 현대·7077점)이란 점에서 그의 기록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향후 2~3년 KBL에서 뛴 다면 역대 통산 득점 2위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 전망이다. 헤인즈는 9일 창원 LG전에서 홈관중의 응원을 받으며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성실함으로 쌓은 11년 탑… 첫 ‘1만 득점의 용병’ 헤인즈
입력 2019-02-06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