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김경수 재판, 공정성 시비 일까… 법원, 배당 작업 부심

입력 2019-02-07 04:00

정국을 뒤흔든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재판 결과를 다시 판단할 항소심 재판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법관 정기 인사를 마무리한 법원이 인사 이후 새 재판부 구성을 놓고 어느 때보다 깊은 고심에 빠졌다. 직전 사법부 수장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과 함께 정쟁 대상이 된 김 지사의 항소심 재판 역시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6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1일 정기인사를 마무리한 법원은 설 연휴 이후 법원 내 사무분담 작업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인사 시행 일자는 14일, 일반 법관 인사 배치일은 25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달 중순쯤에는 어디에 어떤 법관을 보낼지를 정할 사무분담이 되어야 한다. 법원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과 전직 대법관은 물론 전·현직 판사 다수를 법정에 세워야 하는 사법농단 사건 1심 재판을 맡게 된 서울중앙지법이 사무분담 때부터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여기에 김 지사를 법정구속한 1심 재판 결과에 여당이 정치 공세를 펴면서 김 지사 항소심 재판도 법관들이 피하고 싶은 대상에 올랐다.

김 지사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부 13개 중 부패 사건 전담 재판부에 배당될 전망이다. 부패 전담 재판부는 형사 1·3·4·6·7·13부 5곳이다. 이 중 1·3·4·13부 재판장은 법원행정처 또는 타 법원장으로 보임돼 교체가 확실시됐다. 7부 재판장도 해당 재판부에서 2년을 근무해 이동 대상이다.

김 지사 측은 1심 선고 직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항소장을 접수한 때부터 2주 안에 사건 기록을 서울고법에 넘겨야 한다. 통상 사건 기록이 넘어오면 재판부도 함께 배당된다. 새 고법 부장판사들이 배치되는 14일 전후 재판부 배당도 이뤄지는 셈이다. 김 지사 재판을 맡을 재판부가 정해지면 3월 초쯤 김 지사 재판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의 구속 기간(최장 6개월)을 고려해서라도 심리 일정을 서두를 확률이 높다.

사법농단 관련 사건 재판부 배당은 김 지사 사건보다 더 많은 변수를 따져야 한다. 피고인 대부분이 전·현직 법관인 만큼 재판장 및 배석판사, 변호사 등과의 다양한 연고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1심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재판부는 모두 16곳이다. 지난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기소에 맞춰 재판부 세 곳이 신설됐다. 당시 사법농단 의혹과 직간접적인 인연이 있는 재판부는 6곳이었지만 이 중 두 곳의 재판장은 이번 인사에서 다른 지방법원으로 발령 났다. 또 다른 두 재판장도 근속 연수 2년을 채워 이동 대상이다. 연고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6곳 중 4곳이 바뀌지만 향후 재판을 받게 될 피고인 십수 명이 전·현직 법관인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친소관계가 겹치지 않는 재판부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