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펀드’, 한진 경영권 공세 적신호 켜졌다

입력 2019-02-07 04:02

‘강성부 펀드’로도 불리는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 KCGI가 한진그룹을 대상으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KCGI는 최근 한진칼에 임원 보수 삭감, 특정인의 사외이사·감사 선임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소액주주 결집을 위한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예상보다 소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선택하면서 KCGI의 공세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주행동주의를 바라보는 부정적 여론을 돌리는 일도 숙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설 연휴 직전 한진칼에 감사 1인과 사외이사 2인을 특정인으로 선임하라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임기가 끝나는 윤종호 감사의 자리에 김칠규 이촌회계법인 회계사를 추천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되는 조현덕·김종준 사외이사 자리에 조재호 서울대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했다.

제안서에는 조 회장을 겨냥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KCGI는 회사 임원의 과도한 보수를 삭감하라면서 조 회장의 급여를 사례로 들었다.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도 표명했다. KCGI는 석 대표가 최대주주인 조 회장의 측근으로서 지배주주 감시·견제 시스템 부재 문제 등을 악화시켜온 당사자라고 비판했다.

주주총회 ‘표 대결’을 대비한 우호세력 확보 작업도 진행 중이다. KCGI는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 한진칼과 한진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의 선택은 당장 부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 1일 한진칼에 대해 정관변경을 제안하는 형태로 주주권을 행사키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이 이사 해임 건의, 사외이사 추천 등 강도 높은 경영권 참여 대신 정관변경으로 선회하면서 KCGI와 사실상 노선이 갈렸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여기에다 여론은 주주행동주의에 우호적이지 않다. 주주행동주의는 주주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활동에 적극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주주행동주의를 내세운 해외 헤지펀드가 ‘기업 사냥꾼’으로 활동하며 단기 시세차익을 챙긴 사례가 적지 않다. KCGI는 외부 여론뿐만 아니라 한진그룹 내부 동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말 대한항공 노조를 중심으로 KCGI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즉각 설명자료를 내고 “구조조정설은 오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