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줘서 고마워.”
상처를 딛고 꿋꿋하게 빙판을 질주하기 시작한 심석희(한국체대)가 팬들의 사랑과 응원에 환한 미소까지 되찾았다.
심석희는 지난 3일(한국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2018-2019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 여자 1000m 2차 레이스 파이널B 출발선에 섰다. 성폭행 파문이라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처음 열린 대회였기에 심석희는 직전에 열린 1000m 2차레이스 준결승에서 3위에 그쳐 결승 진출에 실패, 파이널B로 밀려난 것이다. 그런데 관중석에는 그를 응원하러 온 많은 교민들이 있었다. 관중석 한켠에는 ‘석희야, 너의 질주를 응원해’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심석희가 호명되자 관중들은 큰 환호를 보냈다. 이에 감동을 받은 심석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출발선으로 향했다. 특히 초록색으로 ‘고마워♡’라는 문구가 손목 부분에 새겨진 장갑을 껴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결승(파이널A)에 못 올라 파이널B로 미끄러져 기분이 상할 법도 했지만 심석희는 힘을 냈다. 레이스 초반 후미로 떨어졌지만 중반 이후 선두로 치고 올라와 1분32초129의 기록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심석희는 5차 대회에서 여자 1500m에 이어 1000m 2차 레이스에서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또 김건희(만덕고)와 김건우(한국체대), 박지원(단국대)과 함께 나선 혼성계주 2000m 결승에선 러시아를 따돌리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실격 판정이 나면서 금메달을 날렸다.
심석희는 아쉬움을 훌훌 털고 다시 스케이트 끈을 묶으며 재기를 다짐한다. 특히 팬들의 사랑으로 상처를 빨리 딛고 꿋꿋하게 일어서고 있다. 심석희의 팬클럽인 ‘석희팬연합’은 지난달 31일 트위터를 통해 팬들의 편지를 모은 ‘메시지북’과 생일 케이크를 받고 환하게 웃고 있는 심석희의 사진을 소개했다. 팬클럽은 심석희의 생일(1월 30일)을 맞아 이런 의미 있는 선물을 보냈다. 팬들은 심석희의 나이를 상징하는 숫자 ‘23’ 모양의 양초가 꽂혀있는 생일 케이크를 전달했다. 또 메시지북은 심석희가 좋아하는 초록색으로 만들었다. 팬연합은 “보내주신 소중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메시지북은 생일 당일 석희에게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석희야 같이 걷자”라고 트위터에 썼다. 한 팬은 “심석희 선수 잘 이겨내줘서 고마워요. 힘내세요”라고 답글을 달기도 했다. 앞서 심석희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로부터 위로 편지와 초록색 목도리를 선물받기도 했다. 심석희는 8~10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이어지는 월드컵 6차 대회에서 메달 사냥에 나서며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 한국 쇼트트랙은 5차 대회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성폭행 파문과 대한빙상경기연맹 퇴출설 등으로 안팎이 뒤숭숭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임효준(고양시청)은 2014년 서이라 이후 4년 2개월 만에 월드컵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박지원은 남자 1000m에서 자신의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남녀 1500m에선 김건우와 김지유(골핑팀)가 동반 금메달을 따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고마워, 석희!… 미소 되찾고 아름다운 질주
입력 2019-02-06 1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