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손, 벼랑 끝 토트넘을 구하다

입력 2019-02-06 19:10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지난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결승 골을 넣은 후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우승 경쟁에서 팀을 구한 히어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손흥민(27)이 설 연휴 기간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의 영웅으로 우뚝 섰다. 주전들의 줄 부상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토트넘에 돌아간 손흥민은 지난 한주 3일간 리그 두 경기에 나서 연속 골을 터뜨리며 연승을 이끌었다. 그의 초인적인 활약에 1992년 EPL 출범 후 팀의 첫 우승 기대감이 높아졌고 이적설과 ‘올해의 선수’ 후보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몸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왓포드 FC와의 리그 24라운드, 이달 2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25라운드 경기에서 연이어 골을 넣었다. 손흥민의 맹활약으로 승점 6점을 추가한 토트넘은 6일 기준 리그 3위(승점 57)를 유지하며 리버풀 FC(승점 62)와 맨체스터 시티(승점 59)를 바짝 뒤쫓을 수 있게 됐다.

토트넘으로서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손흥민이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출전해있는 사이 토트넘은 1승 2패에 그쳤다. 리그컵과 FA컵에서 연달아 탈락하게 된 뼈아픈 패배였다. 설상가상 주전 공격수인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가 부상을 입으며 한 달 넘게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아시안컵 기간 내내 사실상 풀타임을 뛰었고, 영국과 중동을 오가는 오랜 비행에 지친 손흥민이 복귀하자마자 바로 투입될 수밖에 없던 이유다. 지난달 25일 한국의 아시안컵 8강전 탈락 직후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손흥민은 하루건너 리그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는 강행군을 치렀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직후 피로 누적으로 올 시즌 초반 부진을 보였던 손흥민이었기에 이번 경기 출전 강행에 대해서도 주변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체력적 부담과 무거운 책임감에도 불구하고 에이스다운 활약을 보인 손흥민에 감독과 팬들은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를 과감히 기용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은 공이 있든 없든 그라운드 위에서 100%를 쏟아붓는다”며 “그의 자질은 최정상급”이라고 극찬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손흥민은 뜨거운 감자다. 영국의 한 매체는 5일 “첼시의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손흥민에게 큰 인상을 받았다”며 “첼시가 여름에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해 이적료 8000만 파운드(약 1168억원)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 팀의 라이벌 관계 등을 고려하면 현실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EPL의 거물 공격수로 우뚝 선 손흥민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루머라 볼 수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 후보로도 거론될 정도다. 영국 BBC의 축구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에 출연한 잉글랜드의 전설적 스트라이커 앨런 시어러는 최근 “손흥민은 최근 12경기에서 10골을 넣었다. 그는 분명 올해의 선수 후보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러 외신 또한 손흥민의 수상 가능성을 타진하는 보도를 이어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