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김정은의 ‘이틀 회담’과 ‘비핵화 빅딜’, 그리고 개최도시

입력 2019-02-07 04: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당시 두 정상은 오전 9시에 만나 회담과 업무오찬을 한 뒤 오후 2시쯤 헤어졌다. 2차 정상회담은 1차 때보다 훨씬 긴 1박2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AP뉴시스

‘트럼프·김정은 재담판’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핵심은 두 정상이 ‘비핵화 빅딜’에 의기투합할지 여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톱다운 방식을 통해 실무진의 복잡한 절차를 뛰어넘어 통 큰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두 번째 만남이라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두 정상이 직접 마주한 경험이 있어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 간 맞교환이 예상보다 순조롭게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제기된다. 상대방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는 데다 2차 회동이라 불필요한 겉치레 없이 협상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이 ‘친서 외교’를 통해 신뢰감을 쌓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이하 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입버릇처럼 해 온 말을 또 꺼냈다.

두 정상이 처한 상황도 비핵화 의기투합 가능성을 높인다.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와 국경장벽 건설을 둘러싼 민주당과의 갈등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성과가 필요하다. 김 위원장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라는 족쇄를 풀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빅딜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북·미 관계는 급속하게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1차 싱가포르 회담 때와 달리 2차 베트남 회담이 오는 27∼28일 이틀 동안 열리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2일 1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곧장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틀 회담’에 대해선 낙관론과 회의론이 교차한다. 우선 두 정상이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회담 날짜를 늘렸다는 관측이 있다. 회담 첫날인 27일엔 북·미 정상이 만나고, 28일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 전 뉴스 앵커들과의 점심식사에서 이달 말 시 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에 이은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 개최될 수도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7~28일 이틀 동안 김 위원장과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만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남·북·미’ 3자 정상회담 또는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 시나리오도 배제할 순 없다.

반면 북·미 간 물밑조율이 덜 이뤄진 탓에 두 정상이 직접 풀어야 할 의제가 많아졌고, 따라서 이틀 회담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있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최국을 베트남이라고 밝혔지만, 개최 도시를 밝히지 않은 대목이다. 미국은 국제회의를 개최한 경험이 있고, 지형적 요인으로 보안에 유리한 다낭을 원하고, 북한은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를 선호해 양측이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개최 도시 선정을 김 위원장에게 일임했거나 개최지 발표의 마이크를 북한에 넘겼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