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축구서 공격수와 충돌해 사지마비된 골키퍼, 대법 “축구에 위험성 내재… 상대 책임 없어”

입력 2019-02-06 19:27

조기축구회 경기 중 골키퍼가 상대 공격수와의 충돌로 사지마비가 된 일에 대해 대법원이 “상대 선수에게 책임을 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0대 남성 김모씨와 그 가족이 장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장씨 책임 20%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김씨와 장씨는 같은 조기축구회 회원으로 2014년 7월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서로 상대편으로 경기를 했다. 골키퍼였던 김씨는 날아오는 크로스를 쳐내기 위해 뛰어 올랐다가 크로스를 받기 위해 뛰어 들어오던 오른쪽 공격수 장씨와 부딪쳐 땅에 떨어졌다. 김씨는 이 사고로 목척수 장애 등을 입어 사지마비가 됐고 장씨를 상대로 11억14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장씨가 달려온 것은 정상적인 공 경합에서 선점하기 위해 한 행동으로, 공격수가 골키퍼와 부딪힐 수도 있다는 추상적 가능성을 염두에 둬 공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멈추라는 것은 축구 경기의 성질상 기대하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키 178㎝에 몸무게 100㎏ 이상의 체격인 장씨가 175㎝에 55㎏인 김씨의 체격을 고려할 때 충돌 시 충격이 커질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고 골 에어리어 내에서 공격수가 골키퍼에게 뛰어든 반칙이 사고의 원인이 됐다”며 장씨의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두 사람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경기 규칙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격렬한 신체접촉이 수반되는 축구 경기의 내재적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며 2심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