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훈련 올해도 대폭 축소 가능성, ‘비핵화 협상 카드’

입력 2019-02-06 18:38

한·미 군 당국은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마무리된 뒤 키리졸브연습(KR)을 비롯한 올해 상반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일정을 발표할 전망이다.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로 한·미 연합훈련 축소가 활용되는 모양새다.

정부 소식통은 6일 “한·미 양측이 3월 초 KR을 실시하는 방안을 이미 큰 틀에서 협의했는데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한·미 연합훈련은 북·미 비핵화 협상과 연계돼 있는 측면이 강하다.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미 실무협상 결과에 따라 훈련 일정이 일부 조정되거나 대폭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상반기에 실시되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으로는 KR과 독수리훈련(FE)이 있다. KR은 북한군 전력과 미사일 기지 같은 주요 타깃 정보를 설정해놓고 유사시 대응 전략을 실행해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지휘소 연습이다. FE는 실제 병력과 장비를 투입하는 야외 기동훈련이다. KR은 3월 4일부터 2주간, FE는 명칭을 변경하고 대대급 훈련으로 축소해 실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연합훈련 일정을 동시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당초 지난달 훈련 일정을 확정하려 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북·미 실무협상 결과를 우선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이 지난해 12월 경질된 상황도 훈련 일정 조율이 미뤄지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대규모 한·미 연합 지휘소 연습은 지난해 4월 KR을 실시한 이후 9개월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해 남북 관계 진전과 비핵화 협상 등을 감안, KR·FE 실시 기간을 축소했고 미 전략자산 전개도 최소화했다. 지난해 8월 실시 예정이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도 유예한 바 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지난해 한·미 연합훈련 실시 횟수는 77차례였는데 이는 2017년에 비해 25차례 줄어든 것이다.

군 일각에서는 한·미 연합훈련 축소 또는 유예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군사 대비태세에 균열이 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군사 전문가는 “한·미 연합훈련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으면 전시 증원연습 등 북한 도발에 대비한 절차를 숙달하거나 순환배치되는 미군 전력과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