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 법관 탄핵론 다시 급부상… ‘사법 침해’ 우려는 악재

입력 2019-02-01 04:02
서기호(왼쪽 두 번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농단TF 탄핵분과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사법농단 관여 법관 추가 탄핵소추안 대상자 선정 기준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1심에서 법정 구속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법관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지사 판결 직후 “사법농단 연루자에 대한 인적 청산 없이 사법개혁은 어렵다”고 했다. 최근 손혜원 무소속 의원 투기 논란 등의 현안에 묻혀 동력을 잃었던 탄핵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실장 등 6명을 법관 탄핵소추 잠정 대상자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관계자는 “야당과 협의 중”이라며 “대상자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이날 10명의 법관 탄핵소추 대상 명단을 추가 발표했다. 윤성원 인천지법원장, 신광렬·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민변은 대법원 자체 조사 보고서와 언론에 나온 검찰 수사 내용을 근거로 권순일 대법관 등 10명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기소되면 해당 공소장을 토대로 3차 명단을 작성할 방침이다. 민변은 이날 “성창호 부장판사 등이 3차 명단에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 법정 구속한 재판장이기도 하다.

법관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 재적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에는 현재 128명의 의원이 속해 있다. 탄핵에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법관 탄핵 논의가 ‘김경수 구하기’ ‘사법 침해’로 비치고 있다는 점은 악재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부터 법관 탄핵을 위해 야당을 설득해 왔다”며 “저의 진정성을 믿는 분들도 있다”고 밝혔다.

법관 탄핵과 함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사법개혁 논의도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12일 국회에 ‘사법행정제도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 의견’을 전달했다.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합의제 기구인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는 게 골자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설 사법행정회의는 의장인 대법원장을 포함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대법원장을 제외한 10명은 법관 5명, 비(非)법관 정무직인 법원사무처장 1명, 외부위원 4명이다. 박 의원은 “사법행정회의에서 외부인이 다수 또는 동수가 되도록 하는 데 여야 간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라고 했다.

여권이 김 지사 판결이 부당하다고 반발하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관 근무경력을 이유로 판결을 비난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판결에 대한 불복은 항소심에서 다퉈야 한다”며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