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위한 대타협 ‘일자리 창출’ 새 길 열다

입력 2019-01-31 18:49 수정 2019-01-31 23:16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식에서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왼쪽부터)와 손을 잡은 채 미소짓고 있다. 문 대통령은 광주형 일자리가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광주=이병주 기자
광주시와 현대차가 투자자로 참여하는 완성차 공장 설립이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험로를 뚫고 4년여 만에 힘찬 시동을 걸었다. 사회적 대타협을 기반으로 한 노사 상생형 일자리가 실현된 것이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31일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 광주형 일자리 실현을 위한 투자협약식을 개최했다. 지난해 12월 5일 성사 직전 협약식이 무산된 지 50여일 만이다. 이로써 2021년에는 지자체와 민간 기업이 힘을 합쳐 생산한 ‘경형 SUV’가 경쾌한 도로주행을 시작하게 됐다.

지난해 6월과 12월 두 차례 좌초 위기를 맞는 등 2전3기 끝에 성사된 협약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 정치권 주요 인사들과 기업 대표, 시민, 학생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형 일자리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적정 임금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할 것”이라며 “혁신적 포용국가를 향한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또 “23년 만에 완성차 공장이 국내에 새로 지어진다”며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이 들어서면 신규 일자리 1만2000개가 생기는 만큼 다른 지역도 노사민정 합의로 일자리 모델을 만들면 성공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임금을 낮추는 대신 지자체가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광주형 일자리는 사회통합형 일자리 모델이다. 기업은 경쟁력을 높이고 근로자는 고용 안정과 삶의 질을 향상시켜 일석이조 성과를 거두자는 것이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지난해 투자협약 결렬 이후 10여 차례 비공개 협상을 갖고 최대 걸림돌이었던 ‘임금·단체협상 유예’ 조항에 대해 절충점을 찾았다. 누적생산 35만대 달성 때까지 노사가 동수로 구성할 상생노사발전협의회 결정 사항을 존중한다는 데 합의한 것이다. 임단협 유예 기존 조항을 유지하되 경영 상황이 호전되거나 수익을 내게 되면 유예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했다. 현대차는 일정 기간 물가인상률을 기준으로 한 임금 인상을 통해 실리를 챙기고, 노동계는 임단협 유예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서로 명분을 살린 것으로 평가된다. 최대주주가 될 광주시는 노사민정협의회와 새로 설치될 중재조정위를 통해 노사 문제 조정과 중재 역할을 맡기로 했다.

지역에 굵은 눈발이 내린 이날 대부분의 광주시민들은 “일자리 창출의 혁신적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을 기원하는 첫눈이 탐스럽게 내렸다며 환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노동계 일부는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광주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임금 일자리를 만드는 협약은 노동권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약 체결을 문재인정부의 ‘정경유착 노동적폐 1호’로 규정한 현대·기아차 노조는 광주시청을 항의 방문해 “나쁜 일자리로 고용 효과를 부풀린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