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기어이 사법 불신 선봉에 서나

입력 2019-01-31 19:26 수정 2019-01-31 21:27

꼭 그렇게 해야만 했나. 법정 안의 사건을 정쟁과 분열의 장으로 가져가야 했나. 그리고 사법 불신 조장의 선봉에 집권여당이 기꺼이 서야만 했나.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판결을 받아든 더불어민주당은 법관 개인을 직접 공격하는 길을 택했다.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가 과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한 이력 등을 끄집어내 “적폐세력의 보복”으로 단정했다. 혐의 유무를 떠나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8만여건 댓글 여론조작 행위 곳곳에 흔적을 남긴 사실에 대해서는 고개를 돌렸다. 원론적인 사과도 없었다.

‘정치적 동지’인 김 지사를 감옥에 보내버린 결정에 당혹스러웠을 테고, 분노가 치밀었을 것이다. 촛불정부의 정통성 시비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는 일은 더욱 다급했을 터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당(公黨)이고, 더욱이 국정 운영의 책임이 있는 집권여당이다. 지켜야 할 법치의 가치, 넘지 말아야 할 삼권분립의 선이 있다.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 항소심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을 믿는다” 수준이면 족했다.

1심 선고에 대한 민주당 대응은 170쪽 분량의 판결문 검토 이전에 즉각적으로 나왔다. 그것은 도끼로 나무를 쪼개듯 가차 없는 규정짓기였다. “당신은 적폐다.” 그 순간 성 부장판사는 사파리 같은 인터넷 여론에 던져졌다. 민주당은 지지자들을 향해 ‘감히’ 김 지사에게 실형을 내린 판사의 신상을 털고, 판결 불복에 나서라고 선동이라도 하려 했던 것일까.

성 부장판사가 선고와 함께 현직 도지사를 법정 구속한 것은 이례적인 게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이 판결과 그의 과거 이력이 연동돼 있다거나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억하심정의 결과라는 근거 역시 없다.

민주당이 판결의 논점을 다른 데로 돌리고, 사건을 진흙탕싸움으로 끌고 갈 목적이었다면 일단은 성공했다. 여론은 둘로 쪼개져 갑론을박을 벌이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재판부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이 몰려들고 있으니.

그러나 법원 판단을 철저히 자신의 입장에서 재단한 이번 일은 여당이 사법 불신 풍조를 부추긴 선례로 남을 것 같다. 결국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국민 전체에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 가뜩이나 지금은 대법원장 차량에 화염병이 날아드는 사법부 위기의 시절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한발 더 나가 사법농단 관련 판사 탄핵을 추진할 조직을 꾸리고, 시민단체와 함께 선전전을 벌이겠다고 한다.

이것은 김 지사 항소심을 맡게 될 재판부에, 다른 여권 인사들을 재판하는 법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아닌가. “우리 편인가, 적인가”라는.

지호일 정치부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