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민영화 방안은 현대중공업과 지주 합작

입력 2019-01-31 19:08 수정 2019-02-01 13:55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절차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양사(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가 합병하는 게 아니고, ‘조선지주’ 밑에 수평적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1일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 개시를 알리며 이렇게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끌어안은 대우조선을 매각하려다 번번이 실패해 온 산업은행이 찾은 방안은 다른 조선사와의 지주 합작을 통한 민영화였다. 이 회장 스스로가 “딜(Deal·거래)이 굉장히 복잡하다”고 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인수·합병(M&A)에 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까지 합의된 거래 방식은 현대중공업이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지분을 현금으로 매입하는 단순한 형태가 아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계열 조선사를 총괄하는 조선통합법인을 출범시키고, 산업은행은 이 법인에 대우조선 보유 지분을 현물출자한다.

현물출자의 대가로 조선통합법인은 산업은행 앞으로 신주를 발행해 주기로 했다. 전환상환우선주(RCPS) 1조2500억원, 보통주 8500억원어치다. 조선지주가 대우조선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1조5000억원을 지원한다. 자금이 부족하면 1조원을 추가 지원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산업은행은 삼성중공업에도 인수의향을 타진했다. 산업은행이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대우조선의 ‘주인’으로 적합해 보이는 곳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었다. 이 회장은 “기업가치 제고, 정상화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현대중공업과 우선적으로 협상을 추진했다”면서도 “삼성중공업이 (인수) 의사가 있으면 조건을 비교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채권단 차원의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다”고 선언했다. 대우조선의 오랜 구조조정 과정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물론 정부, 금융 당국, 회계법인에 이르기까지 온갖 상처를 남겼다.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마련된 지원방안은 국회 청문회로, 분식회계는 검찰 수사로 연결되기도 했다. 대우조선을 압박해 지인 업체에 거액을 투자하게 했던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은 징역형이 확정됐다.

한때 5000%를 웃돌던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200%대로 낮아졌고, 2017년부터 영업이익이 시현되고 있다. 이 회장은 공적자금 투입 액수를 묻는 취재진에게 “이번에 계산하지 않아 답하지 않겠다”며 “얼마를 투입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우조선과 조선업 정상화를 위해 뭘 해야 하는가 하는 차원의 문제(가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