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신학교에 다닐 때였다. 앞 기수의 원우회장 선거가 있었다. 세 팀이 나왔는데 지역별로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로 갈라졌다. 신학교에서조차 지역 다툼의 모습을 보게 돼 안타까웠다. 필자는 뜻을 같이하는 원우들과 함께 그 선거를 보이콧하려 했다. 그러나 출마자들이 간곡히 부탁해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다.
대신 전남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박석진 당시 전도사와 함께 신학교 뒷동산에 올라가 기도했다. 박 전도사는 전라도 출신이니 전라도 대표로 회개기도를 했다. 필자는 경상도 출신이라 경상도 대표로 회개했다.
분열과 개인주의라는 암초
목회를 하면서 보니 교회성장의 암초는 분열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노회나 총회에서도 파당과 분열이 끊임없이 어려움을 초래했다. 필자는 2017년 9월부터 1년간 총회 서기를 맡으면서 전국교회를 섬길 기회를 가졌다. 그때 교회나 노회의 분열 문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불어 교단과 신자의 신앙 성장에 장애가 되는 것은 개인주의 성향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이런 성향이 선데이 크리스천, 무늬만 크리스천, 나아가 가나안 교인을 만들기도 한다.
필자가 서울에서 개척교회를 섬길 때였다. 교회 집사 한 사람과 예배를 마치고 인사를 나눴다. 그때 우리 교회는 예배를 마치면 식사를 함께하는 ‘밥상 공동체’ 모임을 가졌다. 그 집사에게 식사를 하고 가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웃지도 않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에도 밥 있어요.” 서로 민망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공동체성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스파크 목회 양육 교재인 ‘체험 성경’(권순웅 권지현 목사 공저)에는 성경 말씀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의식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로 성경을 읽어보면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식사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무슨 의미일까. 식사가 바로 교제와 사귐의 장이라는 이야기다. 교회 중심의 신앙생활에서 공동체로 모이는 것과 성도의 교제는 너무나 중요하다.
여기에서는 주다산교회 스파크 목회 대공동체 사역 중 여름 수련회를 총칭하는 ‘하이파이브 대회’를 그 사례로 말하고 싶다. 매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진행된다. 하이파이브는 ‘맞장구’라는 의미다. 하이파이브 대회에는 5가지 하이(Hi)가 있다. ‘1-Hi’는 영성집회다. 깊이 있는 설교와 뜨거운 영성으로 3박 4일 동안 새벽과 저녁 집회를 개최한다. ‘2-Hi’는 전도와 섬김이다. 수련회 장소 주변의 작은 교회들을 정해 전도집회를 개최한다. 그 교회 이름으로 전도지를 제작하고 전도 물품도 준비한다. 수련회 참가자들은 해당 지역을 가가호호 방문하며 전도활동을 펼친다. 짧은 시간이지만 해당 지역 교회에 큰 유익을 줄 수 있다.
‘3-Hi’는 지혜의 삶 나누기이다. 수련회 동안 성도가 직접 강사가 돼 20분씩 6회 연속으로 강의를 하는 것이다. 마치 테드(TED)나 세바시 강연처럼 성도들이 직접 자신의 지혜를 나누는 것이다. 발표자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즐거움이 증가한다. 요리 사진 요가 건강 미용 유아교육 기타 생활 문화와 관련된 주제로 진행된다.
‘4-Hi’는 셀 축제이다. 셀별로 연합 모임을 가져 발표회를 연다. 노래 춤 연극 판토마임 등의 무대가 펼쳐진다. 참가자 수와 창의력 관중반응 메세지 등을 평가해 시상도 한다. 해가 지날수록 그 수준이 업그레이드되고 있어 지금은 거의 일반 공연 수준에 이르고 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일원임을 만끽하는 것은 덤이다. 이때 CCM가수를 초청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도 은혜를 받는다.
‘5-Hi’는 온 가족 바다 체험이다. 오후 시간에 바다로 나가 쉼과 놀이시간을 갖는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하이파이브 대회는 강원도 동해시에서 진행했다. 주제는 ‘기쁨을 회복하라 텐트라이프!’로 3박 4일간 텐트에서 가족별로 야영을 하도록 권했다. 이를 통해 온 가족이 사랑의 공동체를 경험했다. 아이들이 좋아했다. 침낭에서 잠을 자면서 캠핑 식기로 밥을 해 먹으며 추억을 쌓았다. 성도들은 텐트에서 생활하며 장막이라는 영적 의미도 찾았다.
하이파이브 대회는 항상 지역교회와 협력했다. 동해시의 경우 동성교회(김호풍 목사)와 협력했다. 동성교회는 옥수수를 삶아 주다산교회 성도들과 나눴고 주다산교회는 동성교회와 함께 지역 전도에 참여했다. 여름성경학교를 돕고 봉사활동도 전개했다. 이런 시간을 통해 각 교회가 주 안에서 하나이며 한 공동체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동해시에서 열린 하이파이브 대회에선 ‘동해시 시장 방문’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수련회 참가 성도들이 재래시장을 방문해 물건도 구입하고 전도활동도 펼쳤다. 이 프로그램은 동해시청과 협력했는데 시장 방문에는 항상 동해시장이 직접 나와 소개해줬다. 이런 시간을 통해 교회가 지역 사회를 돕고 교제할 수 있었다.
세월호의 아픔과 함께 했던 ‘진도 하이파이브 대회’
지난해 하이파이브 대회는 전남 진도에서 개최됐다. 마침 진도군수가 주다산교회 초대 장로였다. 주제는 ‘은혜의 대첩’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진도 울돌목에서 명량대첩을 이룬 것처럼 신자들도 은혜의 대첩을 통해 하나님 나라 부흥의 불씨가 되자는 취지였다. 진도에서도 진도군수와 함께 진도 특산품을 구매하는 운동을 통해 지역 사회를 섬겼다.
진도는 세월호의 아픔이 있는 곳이다. 당시 팽목항에는 수많은 구호의 손길이 있었다. 그중 진도군교회연합회는 낮밤 없이 유가족 인양잠수부 공무원 방문객들을 도왔다. 당시 회장이었던 문명수 목사는 과로로 별세했다. 너무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교회는 하이파이브 대회 현장에서 구제헌금을 실시해 돌아가신 문 목사님의 아내인 김금숙 사모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팽목교회 김성욱 목사와 칠전교회 전정림 목사에게도 전달했다.
교회는 매년 12월이 되면 성탄 나눔박스를 가정별로 만든다. 박스 안에는 3만원 이상의 물품을 담는다. 축복의 메시지가 담긴 손편지도 써서 상자에 넣는다. 그런 다음 박스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한다. 무의탁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독거노인, 장애우 가정 등을 대상으로 성도들이 직접 전달한다. 성도들은 나눔박스를 함께 만들고 편지를 쓰면서 다음세대에게 이웃사랑을 가르친다.
스파크 목회는 성육신적 선교공동체를 지향한다. 이는 율법적·외식적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 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성령의 공동체가 돼야 한다.
글=권순웅 주다산교회 목사
공동체성 회복으로 이웃과 함께 행복 누리는 ‘스파크 목회’
입력 2019-02-0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