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군 사망으로 강화됐던 ‘직업계고 현장실습’ 규제, 다시 원상복귀

입력 2019-02-01 04:00
직업계고 현장실습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현장실습 도중 숨진 고(故) 이민호군 사건을 계기로 최대 3개월로 축소됐던 현장실습 기간이 6개월로 사실상 원상복귀된다. 실습생을 쓰는 기업에 가해지던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고졸 취업률을 높이려고 또다시 학생을 위험으로 내몬다는 비판이 고개를 든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31일 서울 중구 청년재단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직업계고 3학년 2학기를 현장실습에 집중 가능한 ‘전환학기’로 운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환학기를 통해 최대 3개월이었던 현장실습이 6개월까지 늘어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2017년 말 이군 사건 이후 안전 문제와 열정페이 논란이 불거지자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학습 중심’으로 바꾸도록 했다. 이군 사건 이전 직업계고 학생들은 3학년부터 기업과 학교를 오가며 실무를 배우고 6개월 정도 익힌 뒤에 조기 취업이 가능했다. 이군 사건 이후 정부는 현장실습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제한하고 정부가 인정하는 기업(현장실습 선도 기업)에 한해 수업일수 3분의 2를 채울 경우에 한해 채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장실습 선도 기업이 아닌 곳은 학기가 마무리돼야 취업이 가능했다.

그러자 현장실습을 하는 학생과 참여 기업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현장실습 참여 학생은 2016년 6만16명에서 올해 1월 현재 2만2479명, 같은 기간 참여 기업은 3만1060곳에서 1만2266곳으로 감소했다. 기업들은 번거로운 서류작업에 여러 차례 실사를 받아야 해 학생 실습생을 외면했다. 자연스럽게 취업문이 좁아졌다. 직업계고 학생들은 교실에 묶여 아우성쳤고, 직업계고 매력 감소로 미충원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가 이번에 보안 방안을 내놓은 이유다. 전환학기가 현장실습 관련 과목을 개설해 학생이 이수하는 형태여서 여전히 ‘학습 중심’이라 강조하지만 탁상행정을 숨기고 현장실습 부활에 반대하는 현장실습 희생자 등을 의식한 ‘말장난’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현장실습 선도 기업을 늘리기 위해 선정절차를 통합·간소화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 4회 이상 중복적으로 이뤄지던 기업방문 실사가 2회 수준으로 줄어든다. 또한 현장실습 선도기업으로 선정된 기업 가운데 학교와 학생의 만족도가 높은 곳은 3년간 재선정 절차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현장실습과 고졸 취업 지원에 적극적인 우수기업에 정책자금 지원, 공공입찰 가점, 금리 우대 등을 해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8000개 수준이었던 현장실습 선도기업을 올해 1만5000개, 2022년까지 3만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학생 안전도 챙기겠다고 약속했지만 반발은 거세다. 보안 방안이 발표된 청년재단에선 현장실습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피켓 시위를 벌이고, 발표자인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물리적으로 막아서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