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영장 범위 모호하면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해석해야”

입력 2019-01-31 19:33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압수 범위가 모호하다면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영장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로 압수수색 영장을 놓고 수사기관과 대립했던 법원이 영장 집행 과정에서의 구체적 기준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31일 관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나모씨의 항소심 선고에서 일부 증거에 대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위법 수집 증거라 판단했다.

광학렌즈 제조업체 대표인 나모씨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수출가격을 관세청에 축소 신고하고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15년 4월 나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입출금 거래내역 및 통장 등이 포함됐다. 덧붙여 ‘범행에 사용된 회사, 사장, 직원 및 가족명의를 포함한다’고 기재했다. 서울세관팀은 영장을 근거로 나씨 동생 장모와 부인 명의의 계좌거래 내역과 통장을 압수했다.

1심은 적법한 압수수색이었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판단을 달리했다. ‘가족’은 나씨 가족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나씨 동생 장모의 거래내역과 통장까지 압수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영장의 기재 문언이 만일 모호하고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