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만 95세 이상 된 고령자 50명을 대상으로 이런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만약 당신의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어떻게 사시겠습니까?” 아흔다섯 살이 넘었다면 시간적으로 인생을 충분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분들의 입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공통적인 답이 나왔다. 첫째가 ‘더 많은 모험’(risk more), 둘째는 ‘더 많은 성찰’(reflect more), 그리고 마지막으로 ‘더 많은 감사’(thank more)이다.
첫째 “risk more”, 그러니까 다시 한번 인생을 산다면 좀 더 과감하게 도전하며 살겠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심리학자들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 인간은 살면서 실수한 일들에서는 ‘잠시’ 아픔을 느끼지만 아예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 일에서는 ‘평생’ 후회를 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했다. “20년 후 당신은 실패한 일보다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일 때문에 더욱 크게 후회할 것이다.” 사도 바울은 “항상 기뻐하라”(데살로니가전서 5:16)고 말했다. 이 말은 바보 같이 하루 종일 웃고 살라는 말이 아니다. 내게 어떤 어렵고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그것을 기쁘게, 즉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과감하게 대처하라는 의미다.
둘째로 “reflect more”, 그러니까 다시 한번 인생을 산다면 좀 더 깊이 성찰하며 살겠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그것은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근원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늘 기억하며 살겠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삶은 매우 바쁘다. 정신없이 앞으로, 앞으로 내달린다. 그러다 보면 도대체 왜 뛰고 있는지, 그리고 한 번뿐인 이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잠시도 멈춰 서서 생각할 겨를이 없을 때가 많다.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기도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
구약성서에서 기도라는 말은 ‘맑은 수면 위에 얼굴을 비추어 보다’라는 말에서 나왔다. 나 자신을 신이라는 절대자의 거울에 비춰 보는 행위가 바로 기도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성찰이다. 때문에 기도는 무엇보다 먼저 침묵이다. 먼저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도록 시간을 내어드리는 것이 기도의 시작이다.
사도 바울은 “쉬지 말고 기도하라”(데살로니가전서 5:17)고 권면했다. 항상 기도하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라는 뜻이다. 신이라는 절대 사랑, 절대 긍정의 거울 앞에 항상 자신을 비추어 보며 맑고 깨끗하게 살라는 말이다.
셋째로 “thank more”, 그러니까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좀 더 감사하며 살겠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사도 바울도 “범사에 감사하라”(데살로니가전서 5:18)고 말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화폐가치로 환산될 수 있는 것들에만 감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것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것들’이다. 너무 귀해서 아예 값을 매길 수 없는 것들을 영어에서는 “price-less”라고 한다. 즉 아예 ‘가격이 없는 것’이다. 오늘 아침 온 세상을 환히 밝혀준 저 햇빛이 바로 “price-less”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기까지 모든 것을 베풀어주신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이 “price-less”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그 생명이 생존할 수 있는 물과 바람과 공기를 주시며, 또 영원한 생명의 길에 이르도록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의 사랑이 바로 너무 귀해서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다.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는 좀 더 과감하게 도전하고(risk more), 좀 더 깊이 성찰하며(reflect more), 그리고 좀 더 많이 감사하며(thank more) 살았으면 좋겠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데살로니가전서 5:16-18)
장윤재 이화여대 교수 (교목실장)
[바이블시론-장윤재] 다시 산다면
입력 2019-02-0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