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대 사람들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직장인부터 백수까지 하나같이 너무 바쁘다. 바쁘다는 이유로 정작 가장 중요한 것들을 미루며 산다. 쉬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심지어 기도하고 말씀 읽고 예배드리는 것도 미룬다.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기로 했다’(두란노)의 저자 켄 시게마츠 역시 그렇게 정신없는 삶을 살았다. 일본계 캐나다인인 그는 글로벌기업 ‘소니’의 회사원으로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는 ‘세븐일레븐맨’이었다.
목회자가 돼 캐나다 밴쿠버 텐스교회에서 담임목회를 하면서도 삶은 늘 탈진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일랜드 글렌달록, 성 케빈이 6세기에 세운 수도원 터로 순례여행을 떠났다가 급격한 전환을 맞게 된다. 수도사들은 속세를 피해 수도원에 머물렀기에 영성 생활이 가능한 줄 알았는데, 그들이 개인 영성과 더불어 오히려 사회 변화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쁜 현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일같이 동분서주하는 동안에도 수도사처럼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을 누리는 것이 가능할까.”
그는 질문의 답을 수도사들의 생활 수칙에서 찾았다. ‘수칙(rule)’이란 단어는 포도덩굴이 타고 올라가 열매를 맺도록 지지해주는 ‘격자구조물(trellis)’을 뜻하는 헬라어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착안해 격자 구조물 형태의 생활 수칙을 세워나간 것이다.
가장 먼저 일주일에 한 번씩 24시간의 안식일을 갖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일상 중의 기도로 내 안의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과 말씀 묵상의 생활화를 ‘뿌리 수칙’으로 세웠다. 세로로 세 가지 기둥을 세웠다면, 이제 가로로 그 위에 하나씩 수칙을 얹어갔다. 믿음의 동반자를 찾는 영적 우정, 하나님의 창조 설계에 부합하는 성생활, 가정에 대한 ‘관계 수칙’을 쌓았다. 그 위엔 몸과 놀이, 돈과 관련된 ‘회복 수칙’을 더했고, 일과 섬김, 전도는 ‘사명 수칙’이란 이름으로 가장 위에 얹었다.
책에서 그는 각각의 수칙에 대해 글렌달록 수도원뿐만 아니라 성 베네딕토 규율, 성경 속 지혜로운 인물들의 생활 수칙에서 길러낸 조언들을 찬찬히 들려준다.
이런 삶의 수칙은 세상이 말하는 ‘균형 잡힌 삶’을 위한 게 아니라 ‘그리스도를 모든 일의 중심에 모시고서 살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출발점이 다르니 고민하는 지점, 해결 과정은 물론 궁극적인 도달점 또한 다를 수밖에 없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바쁘다는 이유로 정작 중요한 것을 미루는 당신에게…
입력 2019-02-01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