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 없는 곳에 교회 개척하게 하신 주님

입력 2019-01-31 00:01
이종승 창원 임마누엘교회 목사가 1987년 경남 마산 무학산 바위 위에서 경남 복음화를 감당할 능력을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교회개척은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구현하는 가장 좋은 지름길이다. 한국선교 134년은 교회 개척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교회를 개척하는 목회자들의 숫자가 많이 줄었고 그나마 개척된 교회 중 상당수는 부흥보다 생존문제에 급급한 실정이다.

왜 이렇게 교회 개척과 성장이 어려운 것일까. 혹자는 인본주의와 세속주의의 확산, 종교다원주의의 만연,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국민의식 등이 교회개척의 장벽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교회개척이 어려운 것일까. 현대에 개척한 모든 교회가 문 닫고 목회에 실패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도 개척해 부흥 성장하는 교회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환경은 같지만, 교회를 개척하는 목회자들의 자세는 다르다. 목회 방향, 하나님 앞에서 교회를 세워나가는 방법 등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분명한 사실은 아무런 준비 없이 교회를 개척하면 실패하지만, 개척자의 마음가짐과 자세가 바르다면 지금도 얼마든지 부흥·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동역자들이 교회개척 후 찾아오는 고난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다. 진퇴양난의 답답한 현실 속에서 사역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신학교 졸업을 앞둔 선지생도들이 교회개척을 주저하며 안정적 목회지를 찾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개척 당시 4%에 불과하던 복음화율 속에서 경남 창원에 임마누엘교회를 어떻게 개척하고 어떻게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부흥시키셨는지 소개한다. 개척교회에 닥친 절망적 상황에서 역사하셨던 하나님의 은혜를 소개하고 전국의 동역자들에게 ‘지금도 개척교회는 부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자 한다.

나는 창원에서 목회하지만 출신지는 경기도 용인이다. 청년시절 사업을 했던 나는 30대 중반까지 대한기독교나사렛성결회 소속 교회에서 청년회장, 주일학교 부장, 전국청년연합회장 등을 지내며 봉사했다. 하나님께 부름 받은 동기는 77년 폐병과 급성 늑막염, B형 간염 합병증으로 쓰러지면서부터다.

20개월 넘게 투병 생활을 하다가 비장한 각오로 한얼산기도원에 들어갔는데, 강력한 성령체험을 했다. 82년 서울 방배동 총회신학교에 입학해 6년간 신학을 공부했다. 졸업 3년 전부터 새벽기도, 철야기도만 하면 성령께선 교회를 개척하라는 감동을 주셨다.

기도 응답을 받고 85년 수원 칠보산기도원에 들어가 20일 금식기도에 돌입했다. 경기도 안산 성남 이천 등을 돌며 개척지를 찾았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가는 곳마다 계약이 불발에 그쳤다. 약속을 잡고 계약금을 가져가면 집주인이 돌연 계약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일이 11개월간 반복됐다. ‘과연 내가 주님께 부름 받은 종이 맞나’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해 말 드디어 서울 상계동 개발지역에 좋은 장소가 나왔다. 계약금을 들고 전철역에서 내리는데 역 주변에 얼마나 많은 십자가가 있던지 빨간 고추를 따서 지붕에 널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때 주님의 책망이 느껴졌다.

“너는 입으로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가오리다’ 찬송을 하면서 ‘변두리도 좋사오니 서울만 있게 해 주십시오’라며 이렇게 서울을 돌아다니느냐.”

계약장소를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위선자 같았던 나의 모습을 회개하며 3일간 금식기도를 했다. “주님, 복음이 가장 필요한 곳으로 저를 보내주시옵소서.” 주님 앞에 어리석었던 나의 행동을 회개하며 성령께서 인도하심에 순종하겠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86년 12월 40만원을 준비해 인천부터 시작해 서해안을 따라 내려가면서 도시 농촌 어촌 산골 상관없이 ‘서라, 이곳이다’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면 교회를 개척하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집을 나서는데 신학교 동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 전도사, 아직도 교회를 개척하지 못했어? 경남 마산에 한번 가보지. 그곳엔 정말 교회가 없다고 하더군.” 곧장 아무런 연고도 없는 마산으로 향했다. 신학교 동기의 말처럼 정말 교회가 눈에 띄지 않았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약력=△백석신학대학원 졸업 △CTS 경남방송 본부장, 창원시기독교연합회장, 경남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 총회장 역임 △현 경남성시화운동본부 이사장, 창원 임마누엘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