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도 투자도 쉽게”… ‘중소·벤처 증시’ 코넥스 살린다

입력 2019-01-31 04:03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청년, 상장의 꿈, 성장의 꿈이라는 주제로 열린 코넥스 토크 콘서트에서 활성화방안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코스닥시장의 ‘동생’ 격인 코넥스시장의 투자 문턱이 낮아진다. 개인투자자가 코넥스 상장사에 투자할 때 필요한 기본예탁금이 올해 상반기 중 1억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아진다. 거래 부진에 시달리던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어 창업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겠다는 취지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은 투자 위험이 높은 시장이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0일 코넥스 상장사 등과 가진 토크콘서트에서 코넥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 위원장은 “코넥스를 누구나 상장하고 싶고, 누구나 투자하고 싶은 시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코넥스는 중소·벤처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3년 7월 정부가 조성했다. 코스피시장, 코스닥시장에 이은 제3의 주식시장이며 한국거래소가 운영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 건강기능식품업체 휴럼 등 153개 기업이 상장돼 있다.

코넥스는 출범 후 시가총액이 4689억원에서 6조3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2013년 7월 3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말 48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아직 거래가 부진하다. 그러다보니 주가 변동성이 커서 투자자 불편도 컸다.

금융 당국은 만성적 거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투자자 참여를 독려하는 방안을 내놨다. 기존에 증권사 계좌를 통해 코넥스에 투자하려면 개인투자자는 1억원의 기본예탁금이 필요했다. 기본예탁금은 일종의 ‘허들’ 혹은 ‘진입장벽’ 역할을 했다. 이를 3000만원까지 내린다. 즉 증권사 계좌에 현금과 주식을 포함해 3000만원 이상만 있으면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에서 신청을 하고 코넥스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코넥스에 연간 30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는 ‘소액투자전용계좌 제도’는 유지된다. 소액투자전용계좌는 기본예탁금 없이도 투자할 수 있지만 별도 계좌를 개설해야 하고, 이 계좌에서는 코넥스만 거래가 가능해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소액투자전용계좌도 HTS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또 향후 확대될 개인 전문투자자의 경우 예탁금이 없어도 코넥스 투자를 허용했다. 개인 전문투자자는 일정 소득·자산 요건을 충족하거나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자격증이 있는 투자자다. 현재 2000명 수준인데 제도 개선을 거쳐 최대 39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코넥스의 잠재 투자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고사 직전인 코넥스시장에 얼마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위험이 큰 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안재광 SBI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코넥스는 심폐소생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라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창의적 해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가기 전 단계로 코넥스 상장을 고려할 만큼 확실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