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랑’ 홍준표, 7개월 만에 당권 재도전 “탄핵총리 등장에 결심”

입력 2019-01-31 04:01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교직원공제회관에서 저서 ‘당랑의 꿈’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는 출판기념회에 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27 한국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7개월 만에 정치 전면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대통령 후보와 당대표를 역임한 홍 전 대표의 등판으로 한국당 전당대회 구도도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홍 전 대표 간 팽팽한 승부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다.

홍 전 대표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교직원공제회관에서 저서 ‘당랑(螳螂)의 꿈’ 출판기념회를 한 뒤 당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한국당이 ‘도로 탄핵당’이 되는 것을 막으려 다시 한번 전장에 서겠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최근까지도 유튜브 방송 ‘TV홍카콜라’ 등에 매진하며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둬 왔다. 홍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는 이달 중순 입당한 황 전 총리의 등판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 전 대표는 그동안 여러 차례 “2022년 봄(대선)에 내 인생 마지막 승부를 치르고 싶다”며 2022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혀 왔다. 하지만 보수 진영 유력 대선주자인 황 전 총리가 유력 당권 주자로 부상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고 한다. 당대표 권한이 강한 현행 단일지도체제에서 황 전 총리가 대표가 될 경우 당이 황 전 총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홍 전 대표의 입지는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

그는 “원래 전당대회에 나갈 생각이 없었지만, 정치 경력도 전혀 없는 ‘탄핵 총리’가 등장하면서 결심했다. 탄핵 총리가 당을 맡으면 내년 총선에서도 탄핵 프레임에 휩싸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순실씨를 몰랐다’는 황 전 총리 발언에 대해서도 “몰랐다면 정권 2인자로서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홍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출판기념회와 전당대회 출마는 2022년 대권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대표는 ‘당랑의 꿈’ 서문에서 “수레에 달려드는 당랑(사마귀)의 심경으로 내 마지막 꿈을 이루려 한다”고 적었다.

한반도 평화 무드의 교착과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도 홍 전 대표 복귀의 명분이 됐다. 홍 전 대표의 ‘위장평화쇼’(남북 정상회담을 지칭) 등의 발언은 지난해만 해도 막말 논란으로 역풍을 맞았지만 최근 들어 보수층 일각에서 ‘홍준표가 옳았다’는 반응이 확산돼 왔다. 홍 전 대표도 “지금 다들 문재인정부에 속았다고들 한다. 이번 전당대회는 홍준표 재신임을 묻는 선거”라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의 승산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당 관계자는 “탄핵 이후 압도적 지지율로 대선 후보와 당대표를 잇달아 역임한 홍 전 대표가 유튜브 방송까지 하면서 대중적 지지를 넓힌 것을 고려하면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탄핵 직후에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홍 전 대표로 표가 몰렸던 것이고, 황 전 총리가 등장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는 별다른 반응은 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의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홍 전 대표에 대해 “귀한 한국당의 인적 자원이다. 당을 키우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막아내는 일에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