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은 2라운드 현재 30점밖에 안 된다.” “5라운드쯤 되면 더욱 강해질 것이다.”
뒷심을 보여주겠다던 프로배구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의 시즌 초반 예언은 현실로 드러났다. 1~2라운드 때만 해도 하위권을 헤매던 우리카드는 어느새 남자부 3강 중 하나가 됐다. 지난 시즌을 6위로 마친 우리카드가 완벽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서, 창단 후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장충의 봄’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한껏 부풀어 올랐다.
우리카드는 V리그 5라운드 두 번째 경기까지 치른 30일 기준으로 리그 3위(승점 50)다. 승점 51점으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과의 격차는 단 1점이다. 한 끗 차로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위권에서 가장 물오른 팀은 우리카드다. 지난 27일 현대캐피탈전을 포함해 4연속 셧아웃 승리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우리카드의 시작은 미약했다. 개막전부터 4연패에 빠졌다. 지난해 4월 부임한 신 감독이 리그 시작 전후로 주전 선수를 무리하게 교체한 부작용으로 보였다. 이전 시즌까지 활약하던 크리스티안 파다르와 신으뜸, 조근호 등을 내보내고 리버맨 아가메즈와 윤봉우를 데려왔다. 시즌 중에도 트레이드는 이어졌다. 우리카드는 11월 주전 레프트 최홍석을 한국전력 세터 노재욱과 맞바꿨다. 신 감독은 “우리카드에 와서 팀을 분석해보니 바꾸려면 싹 바꿔야 할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과감한 구조조정에 불안할 법도 했지만 신 감독은 겸손하면서도 뚝심 있게 팀을 다져갔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늘 부족한 점을 거론하며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브 캐치와 같은 기술이 아쉬울 때는 손수 시범을 보이며 가르쳤고, 개별 선수의 리듬이 좋지 않을 때는 유심히 관찰하다가 적시에 교체를 단행했다. 신 감독의 말처럼 ‘모래알 같은 팀을 진흙으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꼼꼼한 지도 아래 새로 온 선수들 간 호흡은 점차 좋아졌다. 특히 세터 노재욱과 라이트 아가메즈의 합에서 나오는 파괴력은 무시무시하다. 아가메즈는 이번 시즌 무려 764득점을 터뜨리며 리그 득점 선두에 올라있다. 2위인 요스바니(OK저축은행·670점)와 100점 가까이 차이나는 압도적 1위다. 이세호 KBSN 해설위원은 “아가메즈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맡아주니 나경복, 한성정 등 다른 공격수들도 겁 없이 플레이하고 있다. 세터 노재욱과 다른 선수들의 시너지도 좋다”라고 분석했다.
우리카드의 뜨거운 활약상에 장충체육관을 찾는 팬들은 열광한다. 우리카드가 4라운드에 치른 세 번의 홈경기는 평균 4000명가량이 찾으며 모두 매진됐다.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는 흥행 행진이다.
신 감독은 새해를 맞아 “다른 팀에 비해 우리 팀 선수들 연봉이 낮은데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지금과 같은 기세를 끝까지 이어간다면 우리카드는 극심한 연봉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신의 예언 적중, 치고 올라가는 우리카드
입력 2019-01-30 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