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큰딸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인 이인희(사진) 한솔그룹 고문이 노환으로 30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그는 한솔그룹 기틀을 마련하며 ‘뚝심 있는 여성 경영인’으로 불렸다.
한솔그룹은 “이 고문이 30일 오전 1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다음 달 1일이다.
이 고문은 1929년 경남 의령에서 4남6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대구여중·경북여고를 졸업한 뒤 이화여대 가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조운해(94) 전 강북삼성병원 이사장과 결혼해 3남2녀를 뒀다.
맏이인 탓에 형제·자매간 화목에도 힘썼다. 2012년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이 유산분쟁 소송에서 이 회장이 이기자 그는 “이번 판결로 집안이 화목해지기를 바란다”며 화해를 권하기도 했다.
그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50세에 호텔신라 상임이사로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배포와 섬세함을 겸비해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1983년 전주제지 고문을 맡았고 1991년에는 삼성그룹에서 전주제지를 분리해 사명을 한솔그룹으로 바꾸고 발전시켰다. 한솔그룹의 모태가 된 전주제지는 아버지가 일본의 한 골프장에서 그에게 맡아달라고 했다고 한다. 한솔그룹은 국내 제지업계 1위로 성장했으며 한솔제지와 한솔페이퍼텍 등 계열사 11곳을 두고 있다.
그는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도자기, 회화, 조각 등을 수집하는 아버지를 보며 안목을 키운 덕인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때는 장래희망으로 사진작가와 피아니스트를 꼽을 정도였다.
단순히 관심만 갖는 것이 아닌 문화예술 발전에도 힘썼다. 1995년 문화예술계 후원을 위해 한솔문화재단을 설립했고 2013년에는 ‘후손들이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뮤지엄 산(San)을 건립했다.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게 산의 설계를 맡기고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아시아 최초로 4개나 설치할 정도로 애정이 남달랐다.
그는 여성인재 육성에도 힘썼다. 2000년에는 어머니 박두을 여사의 유지를 기리며 국내 최초 여성 전문 장학재단인 ‘두을장학재단’ 설립을 주도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한솔그룹, 국내 제지업계 1위로 키워놓고…
입력 2019-01-30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