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개별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연다. 피해 수준이 심각하지 않고 피해자가 동의하면 학교가 사안을 자체 종결할 수 있도록 하고, 서면 사과나 교내봉사처럼 가벼운 처분이 나오면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으로 학교폭력 대응 절차를 개선한다고 30일 밝혔다. 학교와 교사의 의견을 수용해 학폭 대응체계를 7년 만에 손질했다. 2012년 만들어진 대응체계가 ‘처벌’에 방점이 찍혔다면 이번 개편은 ‘교육적 해결’에 좀더 강조점을 뒀다. 학폭 자체를 줄이는 효과는 보장하지 못하지만 학폭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불필요한 갈등은 줄어들 것으로 교육부는 기대하고 있다.
개선안을 보면 내년부터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한다. 학교마다 학폭위를 열다보니 교육력이 저하되고 학폭위원들의 전문성도 떨어져 분란이 잦았다는 교사들의 의견을 수용했다. 학부모 위원 수를 줄이고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을 배치해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전국적으로 연간 3만건인 학폭 사안을 각 교육지원청에서 다 처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올해 학교 자체종결제가 도입되므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학교 차원에서 문제를 마무리하는 제도다. 2주 미만의 신체 또는 정신상의 피해,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된 경우, 지속적이거나 보복 행위가 아닐 경우 학교장이 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안을 종결할 수 있다. 물론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학폭위 개최를 원하지 않아야 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학폭위 안건 75%가량은 언어폭력 등으로 피해가 크지 않은 사안이다. 이를 빼면 교육지원청 학폭위로 넘어가는 사안은 1만건 이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내선도형 가해 학생 조치인 1~3호(서면사과, 접근금지, 교내봉사)는 학생부 기록을 유보한다. 1~3호 조치를 두 차례 이상 받으면 학생부에 기재하며 가중 처벌된다. 교육부는 올해 적용할 계획이며 소급 적용도 검토 중이다. 대입 때문에 학생부 기재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잦아 변호사 업계만 배부르게 한다는 비판마저 있었다.
교육부는 학교 구성원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책 참여 숙려제를 거쳐 이번 개편안을 결정했다. 숙려제 참여단은 학교 자체종결제나 학생부 기재 완화 정책에 찬성이었다. 그러나 일반 국민과 학교 구성원 2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특히 학생들은 학교 자체종결제와 학생부 기재 완화에 반대하는 의견이 각각 61.2%, 75.4%였다. 일반 국민도 55.3%와 61.5%가 반대했다. 학생과 일반 국민이 학교와 교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여서 제도 안착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경미한 학교폭력, 학생부에 미기재
입력 2019-01-30 19:05 수정 2019-01-30 23:52